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자금 문제 등으로 부모와 갈등을 빚기 보다는 적극적인 ‘재무대화’를 통해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재무대화 사례를 소개한다.
부모에 결혼자금 통장 보여 드린 A씨
“아버지, 월급의 절반을 적금에 넣어 결혼자금으로 쓰겠습니다. 자동차는 처분하기로 했어요. 차 유지비만 아껴도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은 저금할 수 있으니까요.”
A씨 부모는 아들이 결혼을 위해 이렇게 애쓰는 모습을 보고 기특해했다. 아들이 이렇게 결혼자금을 준비한 만큼 결혼 생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생겼다.
결혼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결혼자금을 얼마나 준비해 놓았는지 부모에 말씀드리자. 결혼자금 마련을 부모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 다만, 부모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물어볼 수 있다. 무리한 대출로 결혼자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양친에 주택연금 받게 한 B씨
결혼자금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모가 안쓰러웠던 B씨는 여자 친구와 상의해 자신들의 형편에 맞게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주택연금 제도를 활용키로 했다.
퇴직한 B씨 부모는 약간의 국민연금과 시골농지에서 임대료를 받고 있지만 생활비로 쓰기에는 빠듯했기 때문이다. 힘겹게 마련한 집 한 채를 자녀의 결혼자금이 아닌 노후자금으로 쓴 사례다. 평균 수명은 늘어난 반면 소득이 준 부모에게 결혼자금까지 의지한다면 부모는 결국 ‘실버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주택 청약통장 만들어 드린 C양
“엄마, 생활비는 못 드려도 이것만은 꼭 해 드릴게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부모의 노후를 잊으면 안 된다. 얼마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한지 그에 대해 내가 얼마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국민연금은 얼마나 받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부모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결혼자금을 돕겠다고 할 땐 이를 만류해야 한다. 결국 그 빚으로 부모의 노후가 저당 잡히고 그 때문에 자신까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의 재무대화는 결혼 전부터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결혼시기에 실제적인 고민을 나누며 그 답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이 모아 놓은 돈이 부족해 부모에게 무리한 대출을 부탁하는 것도 가족의 갈등 요소 가운데 하나다.
부모와의 재무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결혼계획을 짜는 지혜를 갖자. 재무 상태를 고려치 않고 남들과 비슷하게 결혼하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다면 부모는 실버 푸어, 자녀는 ‘하우스 푸어’가 될 확률이 높다.
돈 걱정 없는 신혼부부 저자 fxpark@tnvadvisors.com
정리= 문영재 기자 jtopi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