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도 일품이었지만, 내공 있는 대사 또한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힘이었다. 특히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소시민의 삶이 얽히고설켜 부딪히는 이야기 구조는 우리 사회의 현상과 맞물리면서 큰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서민들이라면 부당하고 잔혹한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맞서 고군분투했던 주인공 ‘백홍석(손현주)’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메타포(metaphor;은유) 충만한 대사들이 쏟아졌는데, 그 대부분이 일부 기업인들과 정치인, 법조인들에게는 가슴 뜨끔한 일침이었다.
(전 대법관 장병호가 최 검사에게 대선 정국에서 비리 수사는 흐지부지 될 거라며)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법은 침묵한다. 인생은 전쟁터야. 젊은 친구, 살아보면 알게 돼.”
그런데 숱한 명대사들 가운데 압권은 서회장(박근형)이 대선에 출마하는 사위 강동윤(김상중)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이 대사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다.
“한오그룹 사위가 정치 한다고 하는데 이 나라 국민들이 그걸 진짜 믿고 있다고 생각하나? 동윤 공약을 함 보래이. 집 가지고 있는 놈 집값 올려준다카지, 땅 있는 놈 땅값 올려준다카지, 월급쟁이들한테 봉급 올려준다하제? 다 즈그들한테 이익이 되니까 지지하는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준다캐서 지지한다고 하면 지가 부끄러운기라, 그래서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지지한다고 하는기다. 국민들은 자길 속이고 있는기라.”
그러나 유권자들은 과거와 현재를 비춰볼 때 그렇게 투표를 한 결과 과연 자기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지 되물어야 한다. 과연 살리겠다던 경제가 살아나서 집값, 땅값이 올랐는지, 월급봉투가 두툼해 졌는지 따져보라. 그리고 무엇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었는가도 생각해보라. 만약 돈을 얻었다면 다른 가치들, 가령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나 인권, 환경 보존 등의 가치는 온전히 남아 있는지 돌아보라.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만 배부르게 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가 눈앞에 있다. 추적자에서의 대선 투표율은 무려 91.4%였다. ‘4.19혁명’을 염두에 둔 메타포가 5개월 뒤 현실 속에서 발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투표만 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