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당장 하나은행과 합치기보다는 한동안 지주사 안에 두개 은행을 두는 `투 뱅크`체제로 운영하면서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가격에 대해 대주주인 론스타와 어느 정도 합의를 보고 실사 결과에 따라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9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닷새만 기다려 달라"며 "그때 가서 인수계약이 끝나면 다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닷새`라는 시한을 언급한 점에 비춰 19일로부터 닷새후인 오는 24일 정도엔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가격협상도 어느정도 끝났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도 "우리금융지주(053000)의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오는 26일로 얼마 남지 않아 론스타와 가격협상을 할 시간이 없다"며 "사실상 어느 정도 가격범위를 정하고 실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총 인수자금에 대한 조달 방안도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투자자(FI)를 유치해 상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고 여기에 하이브리드채권 및 회사채 발행 등이 복합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대상 유상증자는 아직까지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그동안 M&A 때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주주가치를 희석하는 것을 꺼려해왔고 이번에도 유상증자보다는 다른 방안들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계약이 성사되는 대로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신청서 제출땐 사업계획서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주사 밑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별도로 두는 `투 뱅크`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투 뱅크 체제를 공식화한 바 있다. 물리적으로 인수와 동시에 합병하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나 문화적 충격 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003년 8월 조흥은행을 인수한 이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다 2006년 4월에 신한·조흥은행을 합치는 방법을 썼다.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원뱅크·뉴뱅크`라는 슬로건을 통해 무난히 `합병 후 통합`을 이뤘다는 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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