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I 다자화'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각자 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한 뒤 외환위기에 처한 회원국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역내 체계다.
4일(현지시각)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은 제41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별도의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AMF의 기금 규모를 800억달러 이상으로 설정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일본 교토에서 'AMF를 추진한다'고 큰 틀에서 합의한데 이어 보다 구체적인 이행 계획에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한중일 재무장관들은 또 세 나라가 전체 기금의 80%(640억달러 이상)를 나눠 내고, 나머지 20%(160억달러 이상)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이 출자하는 내용의 분담방안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은 이날 이어서 있을 아세안 회원국과들과의 확대(ASEAN+3) 재무장관회의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 "산 너머 산"..한중일 3국, '분담비율' 줄다리기
관건은 3국 가운데 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분을 출자해 맏형 노릇을 할 것이냐는데 있다. 일본의 경우 국가 경제규모가 우위에 있음을 내세워, 돈을 많이 내는 대신 의결권도 많이 가져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국제 정치 위상'을 강조하며 우월적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
일본과 중국 양국의 역사적인 갈등관계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지분 배분 합의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역시 새로 구축될 아시아 역내 새 금융 체계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만큼의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3국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3국의 기금 출자 비율을 결정할 향후 협상이야 말로 AMF의 향배를 좌우할 결정적 관문이 될 것이라는게 회담장 주변의 관측이다.
한편, 3국과 별도로 아세안 10개국은 기금의 나머지 기금 20%에 해당하는 160억달러 이상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두고 별도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아세안+3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른바 AMF가 IMF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체계임을 천명할 예정이다. 이는 IMF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우려섞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역내 새 금융·외환 협력체계 AMF는 지난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제2차 재무장관회의에서 처음으로 합의된 것이다. 당초에는 통화스왑 방식을 통한 특정 국가간의 양자간 합의체계들로 운영되다가 지난 2006년 들어 집단적 의사결정 체제로 개선됐다.
즉, 과거에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A국이 통화스왑 계약을 맺은 B,C,D국 등에 개별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식이었다. 이후 발전된 현행 '집단적 의사결정 체제'에서는 체제 참여국들이 1주일 안에 A국에 대한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해 일괄적으로 이행토록 돼 있다.
이번에 합의된 '다자화' 추진 방안은 향후 별도의 기금(FUND)을 구성해 운용하는, 형식상으로는 IMF와 다를 바가 없는 역내 국제금융기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측이 매우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차 관문이 될 한중일 3국간 지분분담안에 합의를 하더라도 별도의 사무국까지 두는 역내 통화기구로 발전시키는데는 상당한 난관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다만, AMF 창설에 적극적인 입장인 우리나라가 내년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을 맡는 것을 계기로 AMF 창설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도출하는 등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