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저 경제` 끝없는 상승세

상장 기업 이익 4년 연속 치솟아 수출·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고
한국기업 이익은 3년째 줄어 대조적
  • 등록 2007-05-03 오전 7:15:28

    수정 2007-05-03 오전 7:15:28

[조선일보 제공] 한국 경제에 ‘원고(高) 그림자’가 뚜렷이 드리워지는 가운데 ‘엔저(低)’를 배경으로 일본 경제가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장기 호경기 속에서 기업 이익, 경상수지 흑자가 잇따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경기 체감을 좌우하는 고용과 지가(地價) 역시 회복 또는 상승 기조로 전환된 상태다.

일본 신코(新光)총합연구소는 2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200개 기업의 경상이익이 4년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작년(일본 회계연도는 2006년 4월~2007년 3월) 경상이익 32조엔(249조원)은 전년보다 8% 늘어난 액수다.

2006년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대비 8.7% 증가한 19조8390억엔(1706억달러)을 기록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늘어나 무역 흑자는 감소했으나 수출은 14.3% 증가한 71조6178억엔을 기록해 역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경제의 최근 급속한 활황세는 기본적으로 ‘엔저(低)’ 덕분이다. 엔화 가치는 2일 다시 달러당 120엔대로 추락했다. 한국 원화(貨) 대비 환율은 100엔당 775원대로 하락해 한국의 외환위기 이전으로 복귀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원고(高)’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일본과 반대로 내달리고 있다. 일본 기업 이익이 4년 연속 늘어난 반면, 한국 기업 이익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41개 기업 순이익은 2004년 49조5000억원에서 작년 44조3918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도 60억9260달러로 하락했고 올해 들어선 3월까지 15억2000만달러 적자다. 일본은 2월까지 31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양대(兩大) 요인인 ‘여행수지 적자 확대’ ‘상품수지 악화’는 원화 강세 영향이 크다. 기업 실적 악화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기업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업의 활황은 장기간 동면(冬眠) 상태였던 고용과 땅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일본의 실업률은 4.1%로 1997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시장의 체감 지표인 구인배율(구인 수가 구직자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은 2006년 1.06배로 상승했다. 구인 수가 구직자 수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작년 구인배율은 0.48배에 불과했다.

작년 4분기(10~12월)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5.5%. 올 1분기(1~3월)는 2.6%로 전망된다. 가용(可用) 자원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잠재성장률(1% 후반대로 추정)을 넘어서는 수치다. 기업이 체력(설비투자와 고용)을 키워 ‘초과 성장’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한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못 따라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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