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 1인분(150g)에 3만9000원? 미쳤나봐.”같은 시각 서울 역삼동의 고급 한우식당. 노모와 부인, 초등학생 아들과 등심 4인분에 된장찌개 2인분을 시켜먹은 회사원 최모(45)씨는 계산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등심 1인분(150g)에 4만원인 건 알았지만 음식값에 봉사료 10%,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돼 총 20만8100원이 나왔다. “가격 때문에 고기를 양껏 먹지도 못했어요. 이래서야 1년에 한 번이나 고기 구경하겠어요?”
◆식당에 왔다 빈 속으로 가는 서민들
왜 이렇게 비쌀까? 축산 관계자들은 일단 ‘한우의 희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림부 박홍식 축산사무관은 “산지에서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보통 35%만이 정육으로 나오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등심은 5~7%, 갈비까지 포함해도 10% 안팎”이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65% 중 뼈는 ㎏당 1만5000~2만원, 내장·머리는 4000원, 가죽은 1000원 내외에 팔린다.
최근 청담동에 한우식당을 연 안도일씨는 “등심 20㎏을 사도 꽃등심은 5㎏가량만 나와 이것만 구이용으로 팔고, 나머지 15㎏은 국거리나 찌개로 쓴다”며 “손실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값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소비자·식당 고기 값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한우 값은 ‘너무’ 비싸고, 오르는 속도도 무섭다. 업주들은 “한우 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산지 소 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농협의 ‘2006년 축산물 가격 및 수급자료’에 의하면 산지 한우 값은 한 마리(수소 600㎏)에 2006년 현재 475만원. 2003년 469만원, 2002년 471만원과 비슷한 수준. 오히려 한우 공급량은 2003년 14만2000t, 2004년 14만4000t, 2005년 15만2000t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1등급 이상 한우의 비율도 2000년 24.8%, 2003년 33.3%, 2005년 47.9%로 증가세다.
그러나 쇠고기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등급 등심 500g 가격이 2003년 2만8043원에서 2006년 3만6070원으로 28%가 상승했다. 한우가 소비자에게 오는 동안 유통 마진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다.
고급화 전략으로 ‘최고 수준의 고기’를 내세우는 집이 늘면서 조폭들이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 유명 농장에서 소를 공급받기 위해 일부 업주들의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직접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수입 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게 들통난 적도 있다. 결국 “‘최상급’ 한우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도 100% 믿기는 어렵다.
식당에서 파는 등심 가격은 최고급 스테이크 식당을 압도한다. 특급 호텔의 최상급 호주산 와규 스테이크는 280g에 5만6400원, 최고급 레스토랑의 한우 스테이크는 180g에 5만1700원. 문제는 스테이크는 1인당 1접시로 끝나지만 등심의 경우 1.5~2인분을 먹어야 양이 찬다는 것. 유명 식당에서 등심을 먹으려면 1인당 7만~10만원은 잡아야 한다.
◆등급 표시 대신 애매한 ‘특품·상품 등심’ 표시
‘등심’을 세분화해서 가격을 다단계로 하는 것도 고깃값 인상을 부추긴다. 주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는 꽃·특·스페셜·눈꽃 등심 등 각종 이름을 갖다 붙여 가격을 일반 등심보다 많게는 1만원까지 더 받는다. ‘1인분 200g’이라는 고정관념은 예전에 깨져 1인분에 140~160g씩 내거나 봉사료·부가가치세 등으로 10~20%를 더 받는 식으로 실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 농림부 관계자는 대신 “1월 1일부터 일부 식당에서 시범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원산지는 물론 부위, 등급까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