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불러낸 뒤 다짜고짜 "10월 4일까지도 '핵실험 징후가 없고 절대로 할 리 없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 했냐"고 추궁했다.
이종석 장관은 "핵실험 징후는 특별히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핵실험을) 할 리가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전여옥 의원은 "속기록에 그렇게 얘기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여유로운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이 장관을 응시하는 전 의원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종석 장관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 장관은 "그렇게 되어 있다면 속기록이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맞섰다.
일순간 전 의원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는 듯 했다.
전여옥 의원은 "자, 속기록에 이렇게 되어 있다. 내가 다 읽어주겠다"고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여옥 의원은 '(핵실험을) 절대 할 리 없다'는 구절을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속기록 사본에서 찾을 수 없었다.
실제 이종석 장관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일 긴급 소집된 국회 통외통위ㆍ국방위 연석회의에서의 이 장관 보고 내용을 정확하게 옮기면 이렇다.
'핵실험 징후는 특별히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핵실험을) 할 리가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이종석 장관의 주장 그대로다.
속기록을 통해 자신이 착각했음을 확인했다면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면 될 일이건만, 전여옥 의원은 논점(이 장관이 '핵실험을 절대 할 리 없다'고 말했는지 여부)을 흐리는 발언을 이어가며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전 의원은 느닷없이 "북한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자인 만큼,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퇴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 장관을 다그쳤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마당에,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우겨대는 야당 의원의 공세에 시달리는 주무 장관의 표정에는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