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17일)..월가는 전쟁을 원한다?

  • 등록 2002-09-18 오전 7:37:55

    수정 2002-09-18 오전 7:37:55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무조건적인 무기사찰 수용이라는 "이라크발 호재"가 기업실적과 경제지표라는 펀더멘탈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맥도널드의 분기 실적 경고는 실적을 우려하던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며 다우에 이어 나스닥까지 하락세로 이끌었다.다우지수는 2% 이상 급락해 8200선에 턱걸이했고 나스닥도 1% 이상 하락했다.

푸르덴셜증권의 시장분석가인 래리 왓첼은 "펀더멘탈이 이라크발 호재로 랠리를 모색하던 시장의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며 "경제지표가 불안했고 더구나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이어진 것이 최대악재였다"고 밝혔다.

이날 맥도널드가 3분기 실적을 경고해 다우지수 급락의 원인으로 작용한 데 이어 장 마감후 JP모건까지 예고없는 실적 경고에 나서 내일 시장에 대한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오라클의 1분기 실적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충족시켰으나 기대치에 못미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이번주에 베어스턴스와 페덱스 나이키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분기실적을 중간점검하는 기업들의 경우도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제프리&CO의 아트 호건 시장분석가는 "3분기의 실적 경고가 이어질 경우 기업이익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프루덴셜의 래리 왓첼 역시 "실적을 이기는 어떤 호재도 시장엔 있을 수 없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신호나 실적개선의 분명한 추세가 확인되기 이전까지 시장은 계속해서 표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적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이날 이라크의 무조건적인 무기사찰 수용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흥미롭다.일단 시장은 이라크의 행동에 많은 점수를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유가와 금값은 전쟁 프리미엄이 희석되며 급락세를 보였지만 장중 낙폭을 회복했다.유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상황인식이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피하려는 전술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백악관의 인식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즉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만으론 부족하며 이라크와의 전쟁이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성의있는 이라크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찰의 진행과정에서 이라크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또 사찰을 통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라는 위협요인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일단 시장은 "불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여기엔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다.이라크는 과거에도 무기사찰을 수용한 이후 사찰단의 자유로운 조사를 방해한 전력이 있다.이라크가 지난 94년 UN의 무기사찰을 처음으로 수용한 이후 8년 동안이나 이같은 일이 반복돼 왔다.

윌리엄캐피탈그룹의 스티브 칼 매매팀장은 "이라크가 무조건적인 무기사찰을 수용한 것은 분명 일보전진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라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전쟁발발의 시나리오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칼은 "이라크와 관련된 이슈에서 뚜렷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당분간 끈기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칼 와인버그도 "정부가 이라크의 사찰 수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분히 회의적"이라며 "과거 이라크가 사찰단에 대해 행했던 행동을 보면 그다지 성실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일까.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지금까지 월가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수용함으로써 이라크와의 전쟁 발발여부는 다시 불확실성으로 빠져들었다.오늘 시장이 하락한 것을 놓고 "월가가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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