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난주 오랜만에 급격한 환율변동을 겪은 외환시장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장중 급등락과 수급공방이 연일 이어지자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도 시시각각 바뀐다. 월말과 주말이 겹쳐 조용할 것이라 예상했던 11월30일에도 급격한 상승반전이 일어나 이번주 외환시장도 조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환율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한 주다.
◇지난주 외환시장 동향
지난주 환율은 주중거래를 1272원에 시작해 1273원으로 마쳤다. 종가만으로만 보자면 1원이 상승한 셈이지만 주중 고-저점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중 고점은 11월27일 1261.90원, 저점은 11월29일 1276.20원이었다. 주중 저점 1261.90원은 2월28일 1250.80원 후 9개월래 최저치.
지난주 외환시장은 주식시장의 쌍둥이처럼 움직였다. 증시가 상승하면 환율하락이, 증시가 하락하면 환율상승이 어김없이 일어났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11월28일에는 7원에 가까운 급반등이 일어났고 11월29일 증시가 보합권까지만 반등했음에도 종료직전 급락을 나타냈다.
다만 30일에는 증시 상승반전과 1000억원이 넘는 외인 주식매도를 뒤로 한채 1270원에 안착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30일 오후장 중반부터 급격한 달러매도초과(숏) 커버가 일어나 1273원이 지난주 종가가 됐다.
◇하이닉스 출자전환 수요는 여전한 환율 상승요인
11월27~28일 양일간 환율상승은 수급과 재료요인이 서로 결합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주가하락이, 내부적으로는 하이닉스반도체 관련 은행권 출자전환 수요가 달러매수를 부추겼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외화부채를 출자전환한 은행들은 환율변동 위험을 커버하려고 27일부터 달러매수에 나섰다. 환율 단기급락에 따른 조정인식이 대두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대규모 달러매수세는 시장관심을 집중시켰다. 출자전환과 관련이 없는 여타 은행, 공기업 헤지매수세, 투기세력이 더울 열을 올리면서 환율은 127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은행권 전체의 하이닉스 출자전환 금액은 원화환율을 1300원 기준으로 13억1468만달러다. 은행권이 실제 매수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작은 4~5억달러 가량이라고 알려졌다. 하이닉스 전환사채 발행 예정일인 12월6일 이전까지 출자전환과 관련한 대금납입을 끝내야하지만 실제 추가 달러매수에 나설지는 확실치않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출자전환 수요는 빌미를 제공했을 뿐 달러매수초과(롱) 플레이가 활발하게 일어났다고 해야 옳다"며 "환율급락 분위기는 상당부분 수그러들었으며 1270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박스권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주에도 출자전환 수요를 빗댄 달러매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으나 이는 주가하락이나 외인 주식매도가 뒷받침돼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로 위험부담도 커져..매매공방 치열
지난주 환율 일일변동폭은 7.82원이다. 11월 평균 일일변동폭인 4.3원의 두 배로 환율 급등락의 확실한 증거. 11월29~30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종료직전 급격한 방향전환이 펼쳐졌다. 29일 급락과 30일 급등은 시장참가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한 속도였다.
변동성이 커진 원인은 주식시장의 급등락과 활발한 매매공방 때문이다. 환율이 증시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수급공방도 활발했다. 1270원대를 넘어가면 차익매물과 네고가 쏟아졌고 환율하락 시에는 다시 탄탄한 매수세가 추가하락을 저지했다. 재료와 수급, 심리가 모두 갈린 상태여서 조그만 변화에도 환율방향이 쉽게 엇갈렸다.
갑작스런 환율 하락반전이 있었던 11월29일에는 오전내내 롱 포지션을 고수했던 몇몇 시장참가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기도했다. 환율 방향에 대한 확신부족으로 단타성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나 변동성 확대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전망들
1260~1280원의 새로운 울타리를 구축한 환율이 박스권 안에서 저점을 낮춰갈지, 1270원대에서 추가상승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시장포지션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반등곡선이 급격해진다는 점을 11월30일 확인했으나 다시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 주식매매동향 및 640선에 재안착한 국내증시가 부담스럽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공급 루머도 나돌지만 외부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 외환시장 상황을 반영했을 뿐 이를 확신해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딜러는 "하락추세가 유효하다 해도 1260원 하향돌파는 어렵고 경기회복과 증시 대세상승론이 퍼져나가는 지금 1280원을 넘어서기도 힘들다"며 "새롭게 정해진 박스권을 벗어나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1270원을 축으로 한 채 증시동향을 따라가는 한 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