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 영향 제한적일 듯-현대증권 정태욱 이사

  • 등록 2001-01-06 오전 11:59:25

    수정 2001-01-06 오전 11:59:25

현대증권 정태욱이사는 5일자 증시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하로 촉발된 주가상승에 대해 장기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는 지난 98년 경우와 다르다"며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정 이사는 "구조조정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며 최근에 나온 정부 정책은 언뜻 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부실기업 정리와 추가적인 공적자금 조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98년과는 다르다 이번 미 연준리의 금리인하는 98년말의 금리인하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98년에는 아시아 및 러시아의 유동성 위기와 미국의 롱텀캐피탈(Long Term Capital) 파산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있었다. 이번 금리 인하조치는 미국의 경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따른 것이다. 금리인하 조치로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금융시장에 미칠 긍정적 영향이 가시화 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의 목적은 "경기부양"보다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는데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조치가 98년, 99년만큼 한국의 수출증대에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출회복 불확실 한국은 2000년 D램을 제외한 IT관련 제품 510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총수출의 30%로 IT부문이 사실상 한국의 수출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제적인 경기침체로 전통산업의 수출이 둔화돼 IT부문이 한국 수출성장을 이끌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와 수입 수요의 회복간의 시차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 회사들의 IT관련투자가 예상만큼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IT 투자 감소는 단순히 고금리와 소비침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IT 투자가 그에 걸맞은 이익과 보상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사실에도 일부 기인하고 있다. 나스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IT와 인터넷에 대한 투자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금리인하는 기대만큼 한국의 IT 제품 수출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구조조정과 정부정책 한국의 주식시장은 2000년 상반기 미국 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에도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경제의 회복은 한국 기업들이 부채를 청산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도려내고, ROI를 성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국유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연기금들으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도록 강요했으며 투신사에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벤처기업의 목숨까지 연장해 줬다. 채권시장에서는 산업은행에게 만기 도래하는 부실 채권을 인수하게 했다.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정부가 구조조정의 호기를 놓쳤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구조조정에 대한 피로도로 인해 실업률이 급등하게 될 경우 정치불안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 2)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고, 기업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의 진행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처럼 보인다. 3)정부는 주요 부실 재벌에 대해 부채규모 축소를 통해 스스로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4)공적자금 투입과 합병으로 금융부문이 건실해지면 정상화를 이룬 은행들로 하여금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시키도록 할 것이다. 정부 전략은 언뜻 합당하나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1)부실 재벌의 경우 자산매각으로 부채규모를 축소하기 어렵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부가가치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채규모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축소하기 힘들다. 따라서 부실기업의 정리가 필요하다. 2)부실기업의 정리는 불가피하게 실업률의 상승을 가져온다. 정부가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실기업의 정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3)부실기업에 대한 대출규모가 큰 은행들은 곧 추가적인 공적자금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추가적으로 조성하지 않는 한 이들 은행은 더욱 부실해질 것이다. ◇단기적 주가 강세 가능, 장기적으로 신중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투신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어떤 기업이 회생될 것인지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국내 자금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장기적인 투자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자금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정부의 금융지원에 대한 보장 없이도 어떤 기업이 생존할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러한 단계에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유지하며, 특히 단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인해 주가가 상승했을 경우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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