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부쩍 한국 경제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세객(說客)들이 많아졌다. 언론의 입장에서는 구독률이 보장되는 그러한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국 경제가 망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우선 가계부채를 많이 언급한다. 근거는 국민총생산(GDP)보다 가계부채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계부채가 많은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 가계부채/GDP 비율이 100%를 넘으면 망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은행도 신경이 쓰였는지 최근 국민계정 통계를 손보면서 가계부채/GDP 비율을 100.4%에서 93.5%로 낮췄다.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를 흔드는 경우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급감해야 하고, 금융기관 대출의 상당 부분이 무수익 채권이 돼야 한다. 자신 있게 말하는데 지금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셋째, 정말 웃기는 것은 작년 말부터 등장한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의 정확한 정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 고물가)의 동시 진행이다. 여전히 고물가인 것은 알겠는데, 경기침체가 되려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나와야 한다. 그것도 2분기 연속 그래야 한다. 아마 어디서 1970년대 오일쇼크 때의 과거 사례를 주워들었던 내용을 가지고 적절히 각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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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망국론의 공통점은 과거 특정한 경험을 그대로 가져와 이미 한국 경제의 운명은 정해졌다는 논리를 편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들어보면 상당히 일리(一理)가 있어 그럴듯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Ceteris Paribus)할 경우에만 그렇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그들의 망국론이 경각심을 일으켜 준다는 차원에서는 새겨들을 만하다. 다만 그 경우에도 조금 더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어쨌거나 조회 수에 목말라 하는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새내기 저널리스트들에게 조언하자면, 기사 제목에 무조건 ‘한국 경제 위기’라는 단어를 넣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