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포퓰리즘 공약이 더 난무했다. 여야가 따로 없다. 여당의 생필품 부가가치세 한시적 인하 공약과 야당의 민생회복 지원금 1인당 25만 원 지급 공약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웠지만 재정 부담이 크고 정책 원칙을 훼손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올림픽대로 전면 지하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조기 건설 등의 공약은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데도 재원 대책은 거의 ‘모르쇠’였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한 세제 분야 공약은 세수 감소 등 재정 부실 우려를 낳고 있다.
흥청망청 공약이 이번 총선의 특징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 공약들이 총선 후 모두 법제화되고 재정에 반영된다면 나라 살림은 파탄날 게 뻔하다. 고착화 기미가 뚜렷한 내수를 살려내고 허약해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재정 투입보다 규제 완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개선 의지와 방안은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덜 낭비적이고 더 생산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들을 가려내는 일이 정말 중요해졌다. 공약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고 후보를 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