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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가 열리며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고준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준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여당 측 상임위 소속 의원과 원전 소재 지역구 의원 6명이 함께 했으나, 법안 통과의 키를 쥔 다수 야당을 설득하려는 실질적 노력,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여야 공히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여당은 7년 후부터 찾아올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 포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나 몰라라 한 채 원전 확대라는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하고 있다. 전 정부 집권 시절 섣부른 탈(脫)원전 정책으로 ‘에너지의 정치화’를 낳은 야당 역시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의 30%를 맡은 핵심 전력원의 위기보다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 반대’ 프레임에 치우친 모습이다.
그러나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일 뿐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심각한 문제다. 현 국회는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는 ‘동상이몽’ 성격이 있기는 했지만, 유례없이 여야가 함께 고준위법을 발의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협상의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다.
원전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계 주요기업의 캠페인 RE100은 현 정부·여당 내에서 마치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있다. 해상풍력 역시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 있으나 여야의 주고받기 식 법안 처리 속 후순위로 밀려 있다.
바로잡을 기회는 아직 남았다. 고준위법이나 해상풍력 특별법 모두 이르면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오는 5월29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린 투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맡을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다면 그들도 눈앞의 이익만을 제시하겠지만, 우리가 생각을 달리하면 그들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