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한국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금융당국이 현행법을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와 거래를 금지하면서다.
|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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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전에 금융당국의 충분한 가이드 라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임박했다는 기대에 일찌감치 거래 공지 등을 준비한 것만 봐도 가이드라인 부재가 드러난다. 게다가 일부 증권사는 그간 캐나다 등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개해왔기 때문에 업계는 미국의 상품 거래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금융당국은 미국에서 ETF 승인 소식이 들린 지 약 12시간이 지나서야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입장,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증권사들이 거래 시작을 알리는 공지를 부랴부랴 내리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뿐만 아니라 KB증권은 당국이 ‘위법’을 거론하자 기존 거래를 진행 중인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까지 중단하며 혼란이 커졌다.
SEC는 투자자보호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하며 해당 상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왔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SEC가 올 초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리라는 전망도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허가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지는 못하더라도 투자자와 업계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당국의 뒤늦은 대응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이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당국의 입장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당연히 가상자산에 대해 달라진 시장의 시각이나 투자자들의 의견을 담지도 못했을 터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는 부족하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이미 글로벌에서는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점을 고려, 보다 앞선 논의를 시작할 때다. 상장 첫날에만 46억달러(6조6000억원)가 거래된 새로운 투자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는 ‘소외’를 느꼈다. 그간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해온 당국의 빠른 행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