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쉽게 국채를 사도록 하는 개인투자용 국채, 흔히 저축국채제도 도입이 발표됨에 따라 금융시장, 특히, 원리금보장상품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채는 만기보유시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성격과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투자 성격을 함께 갖는 양면성 있는 상품인데, 저축국채는 미국의 저축국채와 유사하게 투자 성격은 제거한채 예금 성격만 남도록 설계한 원리금보상상품이다. 결국, 금융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리스트에 예금이나 저축성보험와 함께 저축국채가 추가된 셈인데, 금리수준· 중도환매· 매입한도· 세제혜택 등 면면을 보면 금융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 도입 시점이 고금리 상황과 맞물린다. 어쩌면 금리 피봇 직전의 고금리를 저축국채 매입을 통해 10년 또는 20년 동안 확정하며 장기복리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국가가 발행해서 채무불이행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예금이나 보험은 보호한도 5000만원 내에서만 100% 안전하지만 저축국채는 보호한도 없이 100% 안전하다.
저축국채의 금리경쟁력과 안전성은 원리금보장 선호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가계의 특성으로 볼 때 금융시장과 자산관리에 중대한 변화의 기제가 될 수 있다. 5000조원 가계 금융자산 중 여전히 예금 40%, 보험 20% 등 원리금보장 상품이 60%나 된다. 저축성예금은 1700조원을 보유하면서 투자위험에 노출된 탓인지 국채는 고작 1조4000억원만 보유하고 있다. 저축성예금의 20% 수준인 2조 달러를 국채로 보유한 미국 사례로 볼 때, 투자위험을 제거하며 가계의 선호도를 높인 저축국채에 대한 수요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저축국채 연간 매입한도(1인당 1억원)가 파격적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재무능력(평균 소득 6000만원, 저축자산은 8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입한도는 큰 편이다. 대공황 이래 저축국채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연간 한도는 현재 총 2만 5000 달러다. 일반인은 물론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매월 발행물량과 발행금리 등 유동적 청약환경으로 매입 한도가 곧 실제 청약 배정을 의미하지는 않으나 연간 11회 발행에 회당 기준금액 일괄 배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3000만원이상 구입 가능하다. 고액자산가사이에 저축국채 청약 오픈런이 매달 일어날 수도 있다.
저축국채의 원리금보장상품 경쟁력이 강화될수록 위험자산을 포함한 자산관리시장에도 긍정적 피드백이 강화될 수 있다. 저축국채가 연금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자산관리 시장기반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상품 일색인 퇴직연금상품이나 ISA 등 기존의 자산관리상품들은 저축국채로 인해 요구수익률을 높이는 압력에 직면할 수 있으며 자산배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긍정적 피드백은 국채 발행 시장에서 개인을 위한 저축국채 비중이 확대될수록 뚜렷해질 것이다.
셋째, 저축국채 매입 2억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이자소득 만기 일시지급에 따른 금융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혜택이다. 가령, 20년 만기 저축국채 1억원을 매입하면 만기이자소득이 4% 가정시 1억원이 넘는데 종합소득과세를 하지 않고 14% 분리과세하게 된다. 고액자산가일수록 혜택이 커진다. 때문에 아쉬움은 있다. 분리과세보다 평균적 가계가 동일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저율과세가 형평에 맞을 수 있다. 저출산정책이나 청년정책과 연계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미국은 교육자금 등 특정 목적의 경우 저축국채에 대해 비과세한다. 나아가 정책목적이 일반 국민의 장기저축 유도라면 이미 세제혜택이 잘 갖추어진 퇴직연금, ISA 등에서 저축국채를 다른 원리금보장상품처럼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