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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설계사 A씨는 본인과 가족들이 암진단 급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암보험에 여러 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보험상품과 청구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았던 A씨는 이를 이용해 한 몫 크게 챙길 수 있는 보험사기를 꾸몄다. 가족을 비롯한 타인의 병원 진단서와 조직검사 결과지를 자신의 것으로 위·변조해 보험금을 편취한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규모가 큰 암 보험에서 진단서 위·변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업계가 진단서 위·변조 보험사기를 잡기 위해 한국신용정보원에 ‘병록번호 정보 집적화’를 건의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환자 개인의 고유번호인 ‘병록번호’와 보험금 청구 인원수 중복 여부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 대조할 수 있다면 진단서 조작 관련 범죄를 끊어내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목적에서다.
심각해지는 전문종사자 보험사기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금융정보 통합 관리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이하 신정원)에 병록번호 집적화 내용을 담은 개선 요청안을 냈다. 설계사가 환자에게서 받은 서류를 조작해 본인 명의 진단서로 둔갑시키거나 의료인이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주는 등 전문 종사자의 보험사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험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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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병원 병록번호’를 공론화한 상태다. 진단서 위·변조 대응 차원에서 환자 개인의 고유번호인 ‘병록번호’ 카드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한 환자에게만 부여하는 번호에 여러 사람(주민번호)이 달려 있는 경우를 신정원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보험사기 예방에 허위 진단서 문제 감소라는 ‘1석 2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보험사가 신용정보원에 보험금청구 정보를 넘길 때 ‘병록번호’를 추가하는 식이다. 보험사들은 김종섭(가명)이라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면 보험금 지급 관련 정보(병원번호, 환자 주민번호, 병명, 이름)를 신정원에 공유하는데 여기에 병록번호까지 더하자는 것이다.
신정원, 긍정적 검토…생보업계와 논의
생보업계 건의를 청취한 신정원은 보험업계에 의견 합치, 법률 리스크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정원 관계자는 “병록번호 등록 관련해 생명보험업계와 논의를 진행했고 보험사들 니즈, 제도 실효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피드백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업계 일각에선 클레임 부서에서 수기로 병록코드를 입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기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부서에서는 병록코드를 추가하면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청구전산화와 진단서 전자화가 진행되면 해당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