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만난 윤지선(32)씨는 유모차에서 내내 우는 아이를 달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5개월 된 아이는 심장 초음파를 받으려 전날부터 금식상태였다. 배고픔 등으로 짜증 섞인 울음이 계속됐지만, 엄마는 아이를 달랠 손이 없었다. 윤씨는 “친정어머니가 병원에 함께 왔지만, 병원서 못 들어간다고 막더라”며 “입장 전 해야 하는 스마트등록 바코드도 받아야 하고, 도착했다고 번호표도 받아야 하고 어떤 검사는 선 수납이 원칙이라 이리저리 쫓아다니기 바쁜데 아이는 자꾸 안아달라고 보챈다. 병원에도 규제를 하려면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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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윤씨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돌발 행동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발달지연 아이를 둔 다른 보호자도, 자꾸만 어디로 가려하는 성인환자를 돌보는 다른 보호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런 일이 아산병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뭐 때문일까? 보호자 1인만 동반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제 때문이다.
아산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으로 병원 내 확진자가 나오자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2020년 6월부터 동행 보호자를 1인으로 제한했고 2021년 8월부터는 스마트 출입 시스템을 도입 적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3년 4개월만에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를 결정하면서 보건당국도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단계는 ‘심각’에서 ‘경계’로 완화하고 격리와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등 입소형 감염취약 시설에서만 마스크 착용 규제를 적용 중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는 입원환자 면회제한, 마스크 착용 등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아산병원에서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도입한 외래환자 보호자 1명 등의 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정연주(29)씨는 “4개월 된 아이의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보호자 1명만 입장만 가능하다고 해 남편은 결국 다른 곳을 통해 몰래 들어왔다”며 “아픈 아이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편법까지 찾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환자 보호자로 병원을 찾은 주민정(50)씨는 “코로나19가 감기처럼 됐다고 하는데, 아산병원만 오면 코로나19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 같아 헷갈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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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 적용 너무해 Vs 병원문화 개선 옹호
이런 상황은 어린이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의 성인 보호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다. 박난숙(76)씨는 “지난번에 남편이 뇌 MRI를 촬영해 오늘은 결과를 듣는 날이라 아들과 함께 왔다”며 “의사가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지만, 이해도 잘 안 돼 아들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남편은 나보고 휠체어를 밀라고 하고 아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모두가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이번에 병원문화를 바꾸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다. 한가연(35)씨는 “감염병에 병원이 적극 대응하는 건 바람직한 게 아니냐”며 “환자를 데리고 온 가족이 병원을 찾는 건 썩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방역은 병원에서 알아서 할 부분이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8월 초에 코로나19를 현재 2급 법정감염병에서 4급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의 개정이 이뤄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질병청 관계자는 “병원급에서 유지 중인 마스크 필수 상황이 과태료 부과 의무 해제 시 병원 내 방역에 조금 변경이 생길 것 같다”며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 10일 정도 내부 논의를 거치게 된다. 8월 초쯤이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