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표' 567조원 학자금 탕감, 대법원 제동 걸었다

美 대법 "행정부, 대규모 프로그램 독자 권한 없다"
  • 등록 2023-07-01 오전 7:31:17

    수정 2023-07-01 오전 7:31:1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바이든표 학자금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최대 2만달러의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줄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연간 소득 12만5000달러(1억6500만원), 부부 합산시 소득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도록 한 정책에 대한 두 건의 소송과 관련해 각각 6대3의 의견으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제공)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03년 도입한 ‘고등교육 구제 기회법’(HEROES Act)에 따라 4300억달러(약 567조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 탕감을 위한 법적인 권한이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둔 대표적인 승부수 성격도 짙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6개주와 텍사스에서 두 명의 개인이 각각 제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행정부가 대규모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며 “독자적인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통해 “교육부는 법에 따라 4300억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 원금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 법은 기존 법령 또는 규제 조항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지 법 자체를 다시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3명의 대법관은 “정부에 권한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케이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의회는 이미 탕감 대책을 승인했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오늘날 4000만 미국인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학자금 탕감을 기대했던 4000만명의 대상자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판결은 미국 대학에 입학할 때 흑인, 히스패닉계 등 소수 인종에 가산점을 주는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건 직후여서 더 주목된다. 6대3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비슷한 맥락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법원은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비판하며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교육부 장관이 특정 조건에 있는 학자금 대출을 면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자금 대출 탕감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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