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에 갑질' 브로드컴, 피해보상 없이 면죄부 받나

잠정안 상정…6월 7일 전원회의
삼성, 수천억원 피해 추산되는데
정작 ‘피해기업 구제책’은 빠져
인용시 확정, 기각땐 사건 심의
  • 등록 2023-05-04 오전 5:30:00

    수정 2023-05-04 오전 5:30:00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7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반도체 제조업체인 브로드컴이 제출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한다. 다만 피해자인 삼성전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동의의결이 인용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구매주문의 승인 중단·선적중단·기술지원 중단 등의 수단으로 갑질한 혐의로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작년 7월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8월31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잠정 시정안 상정…다음 달 7일 전원회의

3일 전자업계와 관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7일 전원회의(1심 법원격)를 열고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최종 동의의결안인 심사보고서는 지난 1월 브로드컴과 합의해 만든 잠정 동의의결안 그대로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잠정 동의의결안은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대한 부품 공급계약 강제 및 부품 선택권 제한 등을 금지해 거래상대방의 부품선택권을 보장하고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분야 중소사업자를 지원하며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한 기술지원 및 품질보증 등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공정위는 1월10일부터 2월18일까지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장기 계약 강제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불필요한 재고부담, 대체 부품과의 가격차)의 실질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액은 수천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에는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한 기술지원과 품질보증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물품 구매 계약 때 부대 조건사항이지 피해 기업에 대한 보상책으로는 적절치 않다”며 “보다 실질적인 구제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원회의 재량에 달려…기각 땐 사건 심의行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법 위반행위를 인정한 것을 전제한 것이 아니고 자발적 시정안을 끌어내는 것이어서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한 회사와의 협의가 우선이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89조(동의의결) 2항의 3호를 보면 동의의결 시 다른 사업자 등의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방안을 명기토록 하고 있다. 심사보고서가 원안대로 상정되더라도 전원회의 단계에서 공정위가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동의의결은 심사관 단계에서 신청 기업과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전원회의로 상정된다고 해도 위원들이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책을 별도로 요구할 수 있다”며 “최종 결정은 전원회의에서 이뤄지는 데 잠정안대로 확정하거나 기각해 사건 심의절차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책 마련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귀띔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반도체 시장의 경쟁압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동의의결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동의의결에서 삼성전자가 대기업이긴 하지만 분명히 피해기업이기 때문에 구제방안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며 “최종 동의의결안이 전원회의가 요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의결안이 기각되면 사건 심의가 재개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한 행위로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했고 최근 대법원은 이를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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