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화물 연대 파업 시작 이후 줄곧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시멘트 분야에 대해선 파업 직후 곧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파업 철회 직전인 12월 8일에는 철강과 유류 운송 부문까지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했다. 운전 면허권까지 정지당할지도 모른다는 압박에다 점점 일을 못하면서 생계까지 위협을 받자 많은 노조원들이 복귀를 선택했다. 파업 기간 강경 대응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였고 파업 세력에 대해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의 예고된 실패였다. 파업의 명분과 근거가 부족했다. 안전운임제의 필요성과 품목 확대에 대해 화물 연대 내부나 화물 기사들 사이에선 공감대가 있었는지 몰라도 국민들에겐 전적으로 그들만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그에 따라 파업까지 해야 한다는 명분은 더 더욱 부족했다.
특히 화물 연대와 같은 직업 계층인 블루칼라층에서 ‘업무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압도적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였음이 분명하다. 전 국민의 불편을 자아낼 정도의 파업이라면 적어도 국민들을 설득할 파업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이익과 권익을 대변한다고 늘상 주장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마음을 읽거나 파업이 가져올 파급 현상에 반응할 국민 여론을 살피는 데는 서툴렀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다. 풍족한 물자에 의해 풍요와 여유가 넘치는 시대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힘든 환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특정 분야의 이익을 확보하는데 있어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좀처럼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정부도 성취감과 승리감에 도취돼 있어선 곤란하다. 여론은 이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 여론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일인 만큼 정부는 지극히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