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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전공 분야 관련 일을 하다가 관심이 있던 유통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이씨는 경영학을 전공한 뒤 식품회사를 잠시 다니다 유통업에 관심이 커져 지원했다. 롯데백화점 신입사원들은 1~2년여간 점포 근무가 필수다. 두 사람은 점포 근무를 통해 매장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고객응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
“또래가 면접관, 신선했어요…더 잘 이해받았다는 느낌”
면접 전에 또래 면접관들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공지받고 두 사람은 ‘신선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씨는 “다른 회사보다 면접이 덜 딱딱하겠구나”라며 “내 얘기를 들어주고 소통하면서 (면접을) 봐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라고 했다. 서씨도 “나와 더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면접관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반가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면접장의 모습도 두 사람의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최신 유행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때 MZ세대 면접관에게 ‘아시죠?’라고 되물으며 도움 아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며 “면접관이 내 질문에 답도 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다보니 발표를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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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과정에서 MZ세대 사원 80여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중간 면접은 간부급 2명·MZ 1명, 최종 면접은 간부급과 MZ 각각 2명씩 참여했다.
중간·최종 면접에 모두 면접관으로 참여한 마케팅기획팀 7년차 전윤주(30) 대리는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여하라고 했을 때 당황했지만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다”며 “‘요식행위’인가 했는데 실제 다 참여해 보니 간부, 임원분들과 내가 평가 배점에 차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MZ 면접관들은 MZ 지원자들과 다소 세대차이가 있는 간부급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했다.
전 대리는 “실제로 MZ세대가 마케팅 측면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 간부급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무를 잘 모르는 지원자의 거친 아이디어 중에서 괜찮은 내용을 간부님들에게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실무자들이 제대로 사람을 뽑을 수 있겠느냐는 내부 우려도 나왔다. 다른 기업 사례가 많지 않아서 참고할 만한 곳도 많이 없었다.
홍 대리는 “처음엔 너무 위험이 크지 않겠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위험이 있다고 시도조차 않는다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첫 시도였고 이번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신입 채용에도 MZ 면접관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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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영플라자는 스포츠 브랜드 등이 많다. 회사가 내 관심분야에 대해 귀 기울여줬고 영플라자로 배치해줬다”며 “현장에서 고객 불만도 직접 듣는 등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나중에는 전공을 살려 인사담당 업무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씨는 “원래 좋아하는 코스메틱(화장품) 분야에서 일을 하게 돼 좋지만 좋은 상품을 많이 보다보면 월급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실력을 더 갈고 닦아 상품기획(MD)본부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