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IRA 전면 개정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IRA 체제를 고려한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같은 처지에 있는 유럽연합(EU) 등과의 공조를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선 3년 시행을 유예하는데 ‘올인’할 것을 주문했다. 법안 전면 개정에 무리하게 힘을 쏟기보단 한국산 전기차·이차전지 기업이 대비할 시간을 버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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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9일 “공화당도 이미 발효한 IRA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상황은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줄곧 IRA를 반대해왔으나 실제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상·하원 의회에는 이미 IRA 시행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기아와 현대차 현지 공장이 있어 한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조지아주(州·상원)와 앨라배마주(하원) 의원이 낸 개정안이다.
현 시점에서 공화당 의원발 개정안 발의나 양당 지도부 내 논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공화당 주도로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하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커졌을 뿐,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실제 개정에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인교 교수는 “(공화당의 승리로) 약간의 기조 변화를 줄 순 있겠지만 한국이 바라는 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히려 공화당의 승리가 IRA를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나 반(反)중국 색채는 민주당보다 공화당 쪽이 더 강하다”며 “민주당 쪽이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소지를 근거로 문제제기하고 협상할 여지는 더 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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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4일(현지시간) IRA 하위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미국 재무부에 3년 유예 등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무조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으로 확대하거나 북미 최종조립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내용도 의견서에 담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 의회가 실제 IRA 개정에 착수하더라도 내년 여름에나 가능하고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하루하루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현 시점에선 EU와의 공조로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 대해선 시행을 3년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는데 올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초 조지아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IRA 시행이 3년 늦춰진다면 현지에서의 보조금 중단은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라는 대세적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산업계에서도 IRA의 청정에너지 관련 조항이 한국 전기차 산업에는 단기적으로 타격이지만 이차전지를 비롯한 다른 기업에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위원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IRA가 중장기적으론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IRA 내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은 외국 자동차 회사도 똑같이 어려움을 느끼는 만큼 한국 기업은 이에 부합하는 공급망 구축에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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