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껑충’

하위 20% 주거·수도·광열 지출, 올해 20% 넘어
임차비·연료비 영향, 상위 20%보다 부담 2배 이상
식료품·주유비 위주 대책…“취약계층 지원 늘려야”
  • 등록 2022-09-29 오전 5:10:01

    수정 2022-09-29 오전 8:35:53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물가 국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1분위)인 저소득층의 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상위 20%(5분위)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월세난으로 임차비 지출이 늘고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에너지가격 등이 오르면서 주거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4만3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119만1000원)의 20.4%에 달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실제주거비(주거시설 임차비) △주택 유지·수선 △상하수도·폐기물 처리(수도요금 등) △기타 주거관련 서비스(관리비 등) △연료비(냉난방비 등)로 구성된다. 소비지출에서 해당 항목의 비중은 주거비 부담을 의미하는 ‘슈바베지수’로도 불린다.

1분위의 슈바베지수는 전체 평균(1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5분위의 경우 올해 상반기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42만원으로 1분위보다 많았지만 높은 소득에 따라 소비지출(437만1000원) 규모도 크기 때문에 슈바베지수는 9.6%에 그쳤다. 주거비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1분위의 주거비 비중은 2019년 19.5%, 2020년 19.9%, 지난해 19.3%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20%대로 올라섰다. 원인은 고물가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마이크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분위의 월평균 연료비는 7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10% 늘었다. 같은기간 소비지출 증가율(약 4.5%)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소비지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5%로 5분위(3.0%)의 두배를 웃돌았다.

전월세 대란으로 임차비 지출 또한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지난달 101.8(2021년 6월=100)로 전월대비 0.0.9% 오르며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거비와 달리 ‘엥겔지수’로도 불리는 식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1분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21.0%를 기록했다. 5분위(12.5%)는 물론 전체 평균(14.6%)을 크게 웃돌지만 2020년(22.3%)와 지난해(22.5%)보다 감소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하반기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6월까지 전년동월대비 9.6% 상승에 그쳤다가 7월과 8월에는 각각 15.7%씩 급등했다.

전체적인 고물가 국면에서 주택 관리비나 연료비 등의 지출이 더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고물가 대책은 농축산물 할인쿠폰이나 곡물 할당관세(0%) 등 주로 식료품 위주로 이뤄져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한 유류세 인하는 휘발유·경유 등 주유비에 국한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월세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높고 에너지 가격은 앞으로도 변동성이 높은 편”이라며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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