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수요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IDC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전력망 설치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DC를 비수도권에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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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전력공사(015760)에 따르면 IDC용 대용량 전기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사용예정통지가 수도권에만 426건(6월말 기준)이 접수됐다. 전국 신청 건수 466건 중 91.4%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IDC는 데이터 저장·처리와 냉방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대량의 전력을 사용한다. 현재 전국 142개 IDC의 전력 사용량은 연 4006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 이는 서울 강남구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4625GWh)과 맞먹는 규모다.
이미 수도권에만 전국 IDC 146곳 중 86개(약 59%)가 몰려 전력 공급이 포화 상태인데도 신청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에 IDC가 더 몰리면 경기·인천 일대 전력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한전 측 설명이다.
문제는 IDC용 전력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위해선 데이터 저장·처리를 위한 IDC 확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 IDC 리츠(IT기업 대상 IDC 임대·관리 대행기업)인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등이 앞다퉈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내 IDC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은 직원 채용, 유지보수 편의 등의 이유로 수도권을 1순위 입지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IDC를 위한 전기사용 신청 허가가 ‘로또’처럼 인식되며 IDC 기업이 아닌 부동산업자, 투자사가 등이 이곳에 전기사용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일단 허가만 받으면 비싼 값에 땅을 되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전력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00㎿급 IDC 15개(1.5GW)를 운영하려면 345킬로볼트(kV)급 변전소 1개를 신설해야 하는데, 건설비용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하고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발 등 수용성 문제도 불거지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수도권 남부는 이미 K-반도체 벨트, 제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전력 수요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라며 “IDC용 전력사용 신청을 모두 제때 수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전력업계에서는 IDC의 수도권 집중이 국가 전체의 전력계통 운영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 다소비 시설인 IDC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한,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에 IDC를 전남, 강원 지역에 둬 전력 계통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남·강원 등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IDC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효율적인 국내 전력계통 운영과 지역균형발전, 지속 가능한 친환경 IDC 전환을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비수도권으로의 수요 분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