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이 '인플루언서'들의 직업병으로 지목된 이유는?

  • 등록 2022-06-18 오전 8:20:26

    수정 2022-06-18 오전 8:20:2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났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수만, 수십만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말 그대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이들이 올리는 게시물은 수십, 수백만의 조회수를 달성하며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쓰고 있는 상품은 금세 널리 알려진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이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고 불리며 실제로도 수많은 협찬과 광고 제의가 들어온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로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지만 남모르는 고통도 있다. 어딜가나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밥 한끼조차 편하게 먹지 못하는 것은 기본, 늘 화려하고 반짝이는 삶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외출 한번을 할 때도 ‘화보’처럼 꾸미고 가야 하는 압박이 있다.

이런 삶 덕분에 얻게 되는 직업병도 있다. 바로 ‘하이힐 병’이라 불리는 무지외반증이다. 실제로 가수출신 쇼핑몰 CEO이자 인플루언서 김준희씨는 자신이 무지외반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도 했으며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인플루언서의 삶을 살아가는 김지연씨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지외반증에 걸린 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부산건우정형외과 곽희철 원장은 인플루언서들의 잦은 무지외반증 발병 원인으로 그들의 신발을 지목했다. 곽희철 원장은 “무지외반증을 하이힐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앞쪽이 좁은 신발에 발을 욱여넣고 하루 종일 걸어다니거나 화보 촬영을 위해 서 있으면 엄지발가락이 계속 압박 상태에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발가락 변형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 원장은 “남성도 안심할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곽희철 원장은 “남성 인플루언서들도 멋을 위해 키높이 깔창을 착용하고 발볼이 좁은 구두를 신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하이힐을 신는 여성들과 같은 압박을 받게 된다”며 “압박이 오래 될수록 무지외반증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무지외반증은 흔한 질병임에도 과거에는 치료가 쉽지 않았다. 뼈가 변형된 탓에 일반적인 치료법은 잘 먹히지 않았고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 매우 어려운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새는 기술의 발달로 사정이 나아진 상태다. 곽희철 원장은 “초기 무지외반증의 경우에는 비수술적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다. 보통 휘어진 각도가 20도 이내일 경우”라면서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증이 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곽 원장은 “무지외반증 수술이 어려웠던 이유는 엄지발가락을 고정시켜주는 나사를 설치할 때 한 번, 제거할 때 한 번 총 두번의 수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바이오 멜트’라고 불리는 생분해나사가 도입됨에 따라 수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획기적인 기술진보가 있었다”면서 “과거보다 무지외반증 치료가 훨씬 쉬워졌으니 치료에 부담을 덜고 빨리 병원에 내원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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