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대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던 소리바다(053110)는 상장폐지를 앞두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태다. 소리바다는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에 있다. 2020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로 나타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다. 지난달 31일에는 거래정지 1년 만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3일부터 14일까지 정리매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리매매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소리바다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 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법원 결정 확인 시까지 상장폐지 절차는 모두 보류됐다. 정리매매만을 기다리던 소리바다 주주들은 다시 한 번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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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 번이라도 거래가 정지된 적이 있는 종목은 코스피 38개, 코스닥 144개로 집계됐다. 코스피의 경우 주식병합, 분할 등 전자등록 변경·말소 등 자연적인 경우가 12개로 가장 많았고, 풍문 등 관련주가 및 거래량 급변·투자자보호·시장관리상·감사의견 관련 등을 모두 합하면 총 13개로 집계됐다.
코스닥 종목 중 현재까지 가장 오랜 기간 거래정지가 지속되고 있는 종목은 바른전자(064520)다. 지난 2018년 12월13일부터 거래정지 상태다. 당시 김태섭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거래 정지가 시작됐는데, 이후 재무구조 악화로 거래정지 상태가 이어졌다. 지난해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심폐소생술’을 받나 싶었지만, 올해 다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후 지난 4월 상장폐지 관련 이의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개선기간이 내년 4월까지 부여됐다. 바른전자의 종목 게시판에는 “또 개선기간이냐” “빨리 상장폐지 해달라” “이 정도면 개선전자 아니냐”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가득하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9년 5월28일부터 3년 이상 거래정지된 상태다.
장기간 거래정지 대부분 ‘상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가 정지된 종목에 대해서는 향후 주식이 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기대감 때문에 주주들이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거래가 정지되면 다른 투자에 대한 제한도 올 수 있고, 재산권도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거래정지 종목 수만 따지면 코스닥이 많지만, 코스피에도 3년이 넘도록 거래가 정지된 종목이 상당하다. 코스피에서는 지난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거래가 정지된 쌍용차(003620)가 거래재개와 중지를 반복하고 있고, 세원정공(021820) 역시 지난 2019년부터 경영진의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에스엠벡셀도 2019년 8월부터 반기검토의견 의견거절로 현재까지 거래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대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거래정지의 주요 사유 중 하나인 횡령 등 부정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엄격한 벌칙 적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