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지로 도입했다지만…해외 헤지펀드 공격 등 우려

SK-소버린 사태 재현되면 경영권 속수무책
재계 “기업 경영 근간 흔드는 악법…폐지해야”
  • 등록 2022-04-11 오전 6:32:00

    수정 2022-04-11 오전 7:28:28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소액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지만, ‘3%룰’의 역할도 컸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의 지분율이 18.9%에 달하는 상황에서 0.21%의 지분을 보유한 얼라인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규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아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다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가장 큰 우려는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다. 지난 2003년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의 SK 공격이 지금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3%룰에 따라 경영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경쟁 등으로 주가를 부양시킨 후 단기 차익을 낼 수 있다는 ‘먹튀’ 우려도 제기한다. 2004년 에르메스와 삼성물산(028260), 2006년 칼 아이칸과 KT&G, 2019년 엘리엇과 삼성·현대차 등이 이런 이유로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재계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3%룰 철폐 또는 대폭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33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주총 애로요인과 주주활동 변화’를 조사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상장사 중 68.2%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이른바 ‘3% 룰’ 도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경험(34.0%)했거나 현재 겪는 중(34.2%)이라고 응답했다.

‘3% 룰’의 문제점으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이사 선출이 부결될 가능성(68.2%) △투기펀드 등이 회사에 비우호적인 인물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55.7%) △중장기 투자보다 단기차익·배당확대에 관심 높은 소액주주들의 경영 관여 가능성(42.9%) 등을 꼽았다.

재계는 3%룰이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드는 법으로, 해외 입법 사례를 찾기 힘든 강도 높은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의결권 제한은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라며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자본시장 관련 건의사항을 제출하면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을 완화하고 특별경제범죄법 취업제한 규정과 배임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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