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학계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이달 9일 대통령선거 이후 처음 열린 원자력 세미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원자력발전소(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한 원전 확대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천지·대진 원전 1·2호기 건설도 재추진해야”
행사를 주최한 김영식 의원은 “원자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과 경제성 등을 고려한 최선의 대안”이라며 “신한울 3·4호기는 물론 원래 추진키로 했었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새 정부 주요 과제 발제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은 원래 하려던 것일 뿐”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설계수명이 끝나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장)과 함께 백지화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부지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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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학과장)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소야대’ 국회 아래 원자력계의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국민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자력계의 최대 난제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가 쌓이고 있으나 아직 중간·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하지 못했다. 원자력계는 일찌감치 관련 기술(파이로 프로세싱)을 확보했으나 국내에선 이를 실증할 곳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은 “공론화나 재검토위위원회를 여는 식으로 비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고 (전문가는) 책임회피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며 “현 파이로 프로세싱은 한미공동연구 미국 실증을 끝내는 등 현재도 안정 기술로 평가되는 만큼 국민 수용성을 위한 충분한 검증을 거쳐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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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정부 산하 관계기관은 정책 일관성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최득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장은 국내 신규 원전 건설과 범 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지원 필요성을 호소하는 동시에 새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협력사의 피해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수원은 현 정부 정책에 따라 (설계수명 종료예정) 원전 해체 계획을 수립했는데 다시 계속운전(수명연장)을 한다면 협력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10기는 2030년 내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준정부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의 이재학 고준위추진단장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1~2차 기본 틀에는 차이가 없다”며 “재론 여지가 없는 만큼 이제는 여기에 맞춰서 실현 가능한 기술과 이를 실행할 부지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달라”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원자력 정책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도 참석해 토론에 참여했다. 이들은 원전 안전 운영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적기 이행을 약속했다. 또 축소한 관련 조직·인원·예산 확보와 국민 설들에 원자력계도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원자력학회장)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기다리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관계부처도 더 권위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 현 원전의 가동률 유지와 연구자금, 전문성 확보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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