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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은 군 통수권을 가진 국가 원수로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가 된다. 북한이 한미 군사연합훈련과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이 있는 4월 중순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선택에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다.
‘살라미 전술’로 새정부 길들이기 나선 北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3일자 논평에서 “최근 남조선에서 우리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또다시 진행한 것과 관련하여 못된 소리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며 “우리의 정상적인 국가 활동을 규탄이니 도발이니 하는 것은 죄지은 자들의 피해망상적 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른바 ‘이중잣대’를 내세우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한 북한은 착실히 자신의 말을 이행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군당국은 이를 신형 ICBM, 즉 화성 17형의 최대 사거리 발사를 앞둔 성능시험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 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당선인이 강경론을 내세울 경우 대응수위를 높일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 북한은 선거 다음날인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한 사실을 공개하고 다음 날엔 김 위원장의 서해위성발사장 방문 소식도 전했다. 각각 ICBM으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갱도 복구, 영변·강선의 핵물질시설 가동,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등의 정황도 포착됐다.
신중해진 尹측 “北,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고조되는 긴장감에 윤 당선인 측도 신중해진 모습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외교·안보 현안 보고와 관련된 윤 당선인의 입장과 관련해 “후보 시절에 늘 상황이 터지면 적극적으로 말씀드렸던 입장을, 당선인 때까지 유지하는 것은 저희가 절제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에선 아닌 것 같다”면서 “다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이다. 저는 보고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외교정책 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끌어올리는 외교력이다. 바이든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미국이 보여준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민족주의와 세계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국제주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도 대외정책 전반에서 나타나는 난맥상 중 하나로, 북한 핵 문제를 비확산이라는 세계적 의제로 다루지 않고 국가적 이익만을 우선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에 대해서만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이 ‘사실상’ 핵을 완성했듯, 바이든 행정부 1년 동안 북한은 KN-23, 24,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 미사일 등 8차 당 대회에서 공언한 역내 전술핵 능력을 완성했다.
결국 미국을 도와 국제질서를 복원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을 통한 확장억제 능력의 명문화,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등 억제수단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한국과 한미동맹이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다면, 즉 북한 핵의 효용성을 낮춘다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