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가 비트코인으로 정치후원금 받는 이유는?[만났습니다②]

'코인·NFT에 얽힌 규제 도전하겠다' 의미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자본주의 구상도
  • 등록 2022-02-09 오전 6:00:00

    수정 2022-02-0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시 갑)은 ‘광재의실험실.com’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코인)로 정치인이 정치 후원금을 받는 실험적인 사이트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이 사이트는 정치권은 물론 코인 업계로부터 주목 받았다. 광재의실험실.com으로 모금된 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환전돼 인출된다. 이 의원실은 법적 지위가 없는 가상 자산을 정치 후원금으로 받는 데 문제가 없는지 선거관리위원회와 1년여 동안 협의를 해야했다.

광재의 실험실 캡처
이 의원은 “후원금이 필요해서 사이트를 연 게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코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규제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와 NFT 모두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 구동되는 가상의 자산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코인이 투기와 돈세탁에 활용될 것을 우려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지위가 불명확한 상태다.

이 의원은 “처음에는 가상자산 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사이트를 시작했다”면서 “지금의 목표는 토큰 이코노미를 통한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회’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반 보상 시스템이 지금의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는 “이 같은 인프라가 마련되면 우리나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용자나 라이더 등에 대한 보상 체계가 갖춰질 수 있다”면서 “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휴먼캐피털리즘도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생각은 주주자본주의가 갖는 부작용 극복과 맞닿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수천만·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플랫폼에서 나온 이익은 소수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집중돼 있다.

중앙 서버 없이 운영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사용자들이 직접 보상받을 수 있다. SNS에 재미있는 글을 올리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유되면 그 자체로 코인을 받는 식이다.

이 의원은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에 대해 반대했다”면서 “이후 어떻게 하면 분배 체계를 정확하게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미생 윤태호 작가에게 굉장한 영감을 얻었다”고도 말했다.

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으로 블록체인을 제안한 바 있다.

이광재 의원 (이광재 의원실 제공)
그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광재의실험실은 새로운 인프라를 까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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