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생활속으로]⑩"새말 다듬기, 소통 위한 기본이죠"

국립국어원 '새말모임' 회의 참관해 보니…
열띤 토론 속 대체어 후보 선정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 수용 여부
"평등한 언어, 소통 장벽 되지 않아야"
  • 등록 2021-10-14 오전 6:00:00

    수정 2021-10-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외국어 단어나 표현을 우리 말에 섞어 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어의 범람은 세대 갈등은 물론,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낯선 외국어가 우리 일상을 점령하기 전에 쉽고 바른 우리 말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데일리는 ‘우리말, 생활 속으로’ 기획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언어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말 사용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오늘은 추상적인 단어가 많네요. 편안하게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 뜻을 알기 어려운 외래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는 ‘새말모임’ 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을 비롯해 학자, 언론인, 번역가 등으로 구성된 7인의 위원이 이날 온라인 회의에 참석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이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새말모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장병호 기자)
‘새말모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일환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2개조로 구성된 새말모임은 격주로 회의를 열고 외래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후보군을 정한다. 이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용도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다듬은 말을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전에 논의 대상으로 고른 6개의 단어를 바탕으로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대체어 후보군을 추렸다. 위원들은 외래어를 어떻게 하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인지,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용어인지를 구분해가며 목적에 맞는 대체어를 선택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했다.

위원들이 대체어 후보군 선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대체어 수용 여부였다. 치열한 토론 속에서 한 위원은 “그동안 국민 수용도 조사를 감안하면 보다 알기 쉽고 친숙하게 말을 다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비즈 매칭’과 ‘벌크 업’에 대한 최종 후보군을 선정해 국민 수용도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두 단어에 대한 대체어가 모두 결정될 수도 있고, 하나만 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새말모임에서 다듬은 말은 총 145개 용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새로 등장한 낯선 외래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대면 서비스(언택트 서비스), 새 기준·새 일상(뉴 노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비격리 여행 권역·여행 안전 권역’으로, 몰아 보기를 뜻하는 빈지 워칭(binge watching)을 ‘몰아 보기’로 다듬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외래어를 굳이 우리말로 다듬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 사이의 평등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어려운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새말모임’ 위원인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고학력자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은 어린 아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말 다듬기의 기본적인 목적은 소통의 벽을 없애는 것이지 외국어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관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로 ‘백성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그만큼 평등한 언어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정보가 물 흐르듯 퍼지기 위해선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것, 그것이 세종대왕의 정신이자 ‘새말모임’의 취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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