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부터 한미 군 당국이 실시 중인 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해 군사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민생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악역을 맡고, 김 위원장은 외교활동을 할 운신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애민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김정은 김여정 남매는 ‘굿캅’과 ‘배드캅’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해왔다.
4개월만에 다시 고급건설사업 시찰…각별·애민부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건설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속에서도 건설자들의 애국 충성심으로 보통강 강안 지구에 140여일 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천지개벽이 일어났다”며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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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세 차례나 같은 현장을 방문한 것은 각별한 관심을 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20여일만의 잠행을 깨고 첫 외부활동으로 민생 현장을 찾은 만큼, 애민지도자상 부각과 함께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자연 기복을 그대로 살리면서 주택구를 형성하니 보기가 좋다”며 “산 비탈면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건축 미학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건설하는 다락식 주택구의 본보기가 창조(됐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의 행정구역 명칭을 아름다운 구슬 다락이라는 뜻으로 ‘경루동’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며 김 위원장이 심의를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대중교통망 배치와 보통강 수질 관리, 원림 녹화 등도 주문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주민들이 주택지구를 에돌지 않고 집에서 곧바로 내려와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걸음길도 잘 내주고 교통수단 배치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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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도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호명 순서가 뒤로 밀려난 것이 눈에 띈다. 신문은 “현지에서 정상학 동지, 조용원 동지, 리히용 동지를 비롯한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건설에 참가한 단위의 지휘관, 책임 일군(간부)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북중 우의탑에 헌화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참배에 참여한 간부들은 조용원, 리일환, 정상학 순서로 호명됐지만 이번에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좌천이나 권력 서열 변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조용원이 정상학 뒤에 호명된 것은 좌천이나 서열 변화라기 보다는 주택단지 건설에 있어 정성학 당 비서 겸 중앙검사위원장이 검열이나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양 교수는 이어 “당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조용원보다 주택단지 사업의 비리검사 등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정상학이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가이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호명이 밀려난 것과 관련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사변동, 권력서열변동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정상학 비서 겸 중앙검사위원장의 첫번째 호명은 정상학이 보통강 강변 고급주택건설과 관련해 재정을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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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 여부도 관심이다. 북한이 무력 시위를 감행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미 군당국이 지난달 16일부터 26일까지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 중인 가운데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저강도 대응 하계훈련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만큼 한미 정보당국은 북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북핵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일정(21~24일)에 맞춰 북한이 도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직후인 3월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나흘 뒤엔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시험 발사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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