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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구 외의 행성에서 하늘을 나는 첫 동력 비행체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화성 하늘을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비행은 화성 등의 탐사 영역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 비행에 비견된다는 평가다.
인저뉴어티 첫 시험 비행 성공
19일(현지시간) NASA에 따르면 인저뉴어티는 이날 오전 3시34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화성 표면에서 이륙해 정지 비행을 한 후 착륙했다. 시행 비행은 이륙 후 1m 속력으로 3m 높이까지 상승하고 약 30초간 공중에 떠있은 후(a stable hover) 착륙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비행 시간은 39.1초로 나타났다. 인류가 지구 외 행성에서 제어가 되는 동력체를 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 시도는 화성 현지 조건 등을 감안해 오전 3시30분 이뤄졌다. 성공 소식이 지구로 알려진 건 오전 6시46분이다. 스티브 주르치크 NASA 국장 대행은 “인저뉴어티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우주 탐사 목표를 이룰 NASA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라며 “인저뉴어티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화성의 하늘이 (동력 비행의) 한계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앞서 NASA는 화성 시간 기준으로 30솔(1솔=24시간 37분 23초) 안에 최대 다섯 차례 인저뉴어티의 비행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네 차례 더 시행 비행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인저뉴어티의 첫 비행에 미국은 열광하고 있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인류 첫 비행과 비견할 정도다. 토머스 주르부첸 NASA 과학 부국장은 “라이트 형제가 지구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지 117년이 지난 지금, 인저뉴어티는 또다른 세계에서 놀라운 위업을 달성했다”며 “두 상징적인 순간은 영원히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美 대대적인 우주 투자의 결실
NASA는 인저뉴어티를 만드는데 8500만달러(약 950억3000만원)를 투자했다. 인저뉴어티를 품고 화성에 간 탐사 로버 ‘퍼저비어런스(Perserverance)’를 개발하는데 27억달러를 들였다. 우주 탐사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투자가 결실로 나타난 셈이다.
미국이 이런 ‘모험’에 나선 건 비행에 성공할 경우 화성 탐사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서다. NASA는 1997년 ‘소저너(Sojourner)’를 통해 화성을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시대를 처음 열었는데, 이제는 하늘을 날며 탐사할 수 있는 길까지 개척했다. NASA는 인저뉴어티에 자료 수집 등을 위한 기능을 싣지 않았다. 오로지 화성에서 동력 비행이 가능한지만을 실증한다는 목표로 시험에 나섰다.
NASA는 “미래의 화성 헬기는 기존 착륙선과 로버 등이 주지 못했던 독특한 시점을 제공할 것”이라며 “로버가 닿을 수 없는 지역에 가거나 혹은 가벼운 화물을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진보한 로봇 비행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