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대의 컬처키워드] 엄정화의 눈물, 디바의 귀환

'환불원정대' 프로젝트 '돈 터치 미' 론칭 과정
숨겨놨던 아픔 고백, 놓쳤던 목소리의 복구 등
'영원한 디바' 엄정화의 또 다른 도전 기대
  • 등록 2020-10-24 오전 6:00:00

    수정 2020-10-24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불편한 말들이 또 선을 넘어, 난 또 보란 듯 해내서 보여줘 버려” 예사 노랫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광장에 홀로 선 채, 쏟아지는 관심과 계속되는 편견을 견뎌왔던 길,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나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설 때 언제나 최고였던 길. 엄정화의 노래가 처연한 듯 슬픈 듯 들린 이유는, 분명히 그의 지난날 때문이다. 최고의 디바로 불리고 걸크러시의 대표로 손꼽지만 그 역시 약하디 약한 하나의 삶이 아니었을까.

가수 엄정화가 MBC ‘놀면 뭐하니?’(연출 김태호)에서 프로젝트 노래 ‘돈 터치 미’ 녹음하는 장면.(사진=화면캡처)
최근 엄정화는 최고의 스타가 아닌 하나의 삶에서 겪은 희노애락을 보여줬다. 엄정화가 MBC ‘놀면 뭐하니?’(연출 김태호)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에서 보여준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작곡가 정재형이 엄정화가 투병할 때 몰래 울었다는 사연을 공개했고, 엄정화는 그 말에 눈물을 터트렸다. “평소에 잘해주지, 왜 보이지 않는 데서 잘해주는 거야!”며 아쉬워했다. 엄정화의 토로는 팬들의 귀에도 아프게 박혔다.

’환불원정대’의 프로젝트 노래 ‘돈 터치 미’의 녹음 현장에서 보인 목소리 변화는 극적이었다. 엄정화는 녹음에 앞서 위축된 표정이었다. 목소리의 톤은 예전 같지 않았고, 감정 역시 노랫말에 녹아들지 못했다. 몇 차례의 노력 끝에 목소리가 열리자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엄정화는 갑상샘암 수술 후 노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왼쪽 성대 신경이 마비된 탓이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정신병 걸릴 거 같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었다. 엄정화는 “노래를 못하게 되니까 노래를 더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용기를 내 마이크 앞에 섰지만 높은 음역에서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보컬 트레이너의 특별한 조언에 힘입어 예전의 음색에 가까워졌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마침내 녹음에 성공했다. 후배 이효리의 엄지손가락 칭찬에 활짝 미소 지었다. 굳은 표정은 점차 밝아졌다.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의 노래 ‘돈 터치 미’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엄정화가 자신의 지난날 불편한 아픔을 고백할 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에게) 힘이 된다”던 제시와 화사의 기대에 부응한 도전 결과였다. ‘돈 터치 미’ 음원 공개 이후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엄정화의 유니크함이 (나머지를) 채워주는 느낌” “엄정화의 목소리로 마무리된 건 신의 한 수” 등 팬들의 유튜브 응원도 이어졌다.

엄정화는 ‘환불원정대’의 출연 이후 “또 보란 듯 해내서 보여줘 버렸다”. 최근 유튜브 ‘엄정화TV’의 문을 열어 팬들에게 더 다가간 모양새다. “불편한 말들이 또 선을 넘을지” 몰라도 이젠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모양이다. 엄정화는 이어 24일 ‘놀면 뭐하니?’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엄정화의 가수 부활이 반갑고, 디바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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