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년은]벼랑 끝 위기청소년 78만…청소년 10명중 2명꼴

스트레스 분출구 못 찾은 청소년 자해 선택
학생수 감소로 첫 단추 잘 못 꿰면 고립 계속
SNS 활성화 대변 대화 줄며 공감능력 '뚝뚝'
  • 등록 2020-06-12 오전 12:02:00

    수정 2020-06-12 오전 12:02: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유수진(21·가명)씨에게 어린 시절은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누구보다 힘겨웠기 때문이다.

3살까지 시설에서 지내다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됐지만, 어머니의 이혼으로 다시 혼자 남겨지고 말았다. 함께 사는 계부의 구박으로 집은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학교 생활도 순조롭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듯한 답답함과 불안감은 있단 자해와 자살시도로 이어졌고 결국 계부는 그녀의 양육을 포기했다. 다시 친어머니에게로 보내졌지만, 재혼한 어머니 집에서 그녀는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청소년쉼터에서도 자리 잡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이리저리 튕기며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를 붙잡아준 건 당진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였다. 고1 때부터 시작된 상담은 고3이까지 이어져 고비 때마다 버팀목이 됐다.

현재 그녀는 열심히 직장에 다니며 사회인으로서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전셋값을 모아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유수진씨는 “그때 자해를 왜 그렇게 많이 했는 지, 아파트 옥상에는 왜 올라갔는지 후회되는 바보같은 행동이었다”며 “당시 여러 어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어떻게 됐을 지 모르겠다.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11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발표한 지난 2016년 전국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초등학교 5학년~고교 3학년 대상)에 따르면 유씨와 같이 가족, 경제, 심리적 문제 등으로 학업과 사회 적응이 어려운 위기 청소년 규모는 약 78만명으로 추산됐다. 전체 청소년의 17.7%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은 적절한 개입 없이는 정상적인 발달은 물론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어렵다. 학업중단이나 가출, 비행, 범죄, 각종 중독, 자살, 부적응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위기 청소년을 유형별로 보면 △자살계획 시도 14% △인터넷 과의존 9% △음주 흡연 등 중독 8% △성문제 6% 등의 순으로 꼽혔다. 기타가 63%로 다양한 이유로 위기상황을 맞닥뜨리고있다. 최근 학급당 학생 수 감소도 이러한 청소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7.4명이다. 남녀합반일 경우 같은 성의 친구는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장선영 부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는 “과거에는 학생수가 많아 이 친구가 아니면 다른 친구와 사귈 수 있었지만, 최근 학생 수가 줄면서 한번 고립되면 3년 내내 친구관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를 가지 않으려 하거나 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면 친구보다 비대면 친구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나 특정 커뮤니티 등을 통한 친분을 쌓다 보니 친구를 만나도 SNS를 통한 소통을 더 중시한다. 이렇다 보니 또래 사회성과 소통·공감 능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의 주범 대부분이 피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유희적 도구로 여겼다.

이정훈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청소년 지도사는 “사람 표정을 보거나 감정을 느끼면서 대화하는 게 아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며 최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젠더갈등이나 n번방 사건도 청소년기 공감능력 부재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고의적 자해나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9.1명으로 청소년 사망 원인 중 1위로 나타났다. 2011명 8.9명에서 2015년 7.2명으로 차츰 줄던 것이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자해 시도자 수 역시 △2014년 2450명 △2015년 2319명 △2016명 2243명으로 매년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심수현 서울 구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많지 않아 자해로 이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반복하다 보니 자살시도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도가 1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심 센터장은 “자해 이미지나 자살 암시 글을 SNS에 올려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청소년의 모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이들에게 조기에 개입해 신속하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화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는 “청소년기에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대물림이 된다. 청소년기에 어른들이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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