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3년 4개월 만 재구속 위기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미 양측 간 팽팽한 설왕설래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제 법원이 그 공을 넘겨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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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사장도 함께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는다.
구속 여부가 반드시 검찰의 기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상 구속영장은 범행의 혐의에 대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발부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이번에 구속된다면 검찰의 수사에 힘이 붙을 뿐더러 향후 기소 가능성 역시 매우 높아지게 된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반대로 삼성의 무죄 주장에 법원이 힘을 실었다고 볼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이 경우 최근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가능성도 커진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2018년 도입됐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될 경우 그간 검찰의 수사내용이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부회장 기소를 목적으로 한 검찰의 행여 무리한 기소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성 입장에서는 적절한 ‘카드’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선 이번 수사를 이끌어 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직접 참석해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 법률 고문역을 맡고 있는 대검 중수부장 출신 최재경 변호사 등 ‘특수통’을 전진 배치해 검찰 측 법리의 허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는 절차인 만큼 판사 출신 변호사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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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부장판사는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여성으로서는 두번째로 영장전담판사로 맡아 이목을 끈 바 있는 인물이다.
1974년생으로 경북 구미 출신인 원 부장판사는 구미여고와 경북대를 졸업하고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30기로 수료했다. 2001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인천지법 부천지원, 서울가정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등을 거쳐 올 2월 다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아왔다. 주로 민사사건이나 행정사건을 담당했다.
영장전담 판사로는 올해 전 국민을 공분케했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신속한 구속영장 발부로 주목을 받았다.
통상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영장은 이르면 심사가 진행된 당일 늦은 저녁에 발부되기도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수사기록이 워낙 방대해 심사 익일인 9일 새벽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영장실질심사 당일 이 부회장은 법원 포토라인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두 차례의 검찰 소환 조사에서는 비공개로 조사를 받아 포토라인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 법원 출석의 경우 공개 또는 비공개 규정이 없어 의도적으로 숨어들어가지 않는 이상 포토라인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정에 출석하는 이 부회장의 입에도 재계,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