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신탁에 가입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부진한 수익률에 울상이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일부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은 재무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문 등으로 평가손실이 큰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글로벌 공유 오피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기업인 위워크(We Work)에 투자하는 비상장주식신탁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했다. 위워크 기업공개(IPO)에 앞서 판매된 이 신탁은 위워크가 예상 밖으로 상장에 실패하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 (사진=위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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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비상장회사의 구주를 가지고 오는 브로커가 있다”며 “우버(Uber)와 스페이스엑스(Space X·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민간 우주탐사기업)등의 구주가 국내에 유통됐는데 기관투자가들이 접근하기에는 공격적인 밸류여서 개인들에게 신탁이나 랩어카운트 형태로 판매가 됐다”고 설명했다.
위워크비상장주식사모신탁의 경우 작년 위워크의 상장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구주 유통물량을 사들였다. 하지만 작년 9월 투자자들이 회사 가치와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이 영향으로 위워크 기업가치는 작년 1월 470억달러(56조900억원)에서 그해 말 100억달러 아래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해당 상품은 3년 만기 상품이다. 당초 위워크는 작년 10월 말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위워크가 상장하면 위워크비상장주식사모신탁도 수익률 정산을 마치고 해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장을 하지 못하며 이 상품에 투자한 국내 개인들의 평가손실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비상장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위워크 구주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0년 미국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건물을 빌린 뒤 공간은 쪼개 스타트업에 재임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뉴욕의 단일 사무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작년 말 기준 전 세계에 848개의 공유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서울과 부산에도 진출해 있다.
앞서 우버(UBER)에 투자하는 사모신탁의 경우에는 위워크와 마찬가지로 상장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려 약 70억원 규모의 상품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에도 성공했다. 다만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익률 측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위워크가 상장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공유경제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관련 해외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만기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만기가 2년이 연장된다. 다만 연장기간에도 위워크가 상장되지 못하면 시장가에 주식을 매도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판매사 한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만들어진 지 1년이 채 안돼 만기까지 시간이 있다”며 “손실이 확정된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워크가 만기 안에 다시 상장에 성공하거나,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해 시장 분위기가 바뀐다면 분위기는 바뀔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