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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원내대표, ‘악성댓글’ 누리꾼 170명 고소
이번 주 나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을 무더기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나 원내대표가 아이디 170여개 사용자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고 8일 밝혔다.
나 원내대표 측은 이 사용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자신의 원내대표 취임 관련 기사에 모욕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기사 댓글, 온라인 상에 피소 사실을 밝힌 누리꾼들 증언 등을 보면, 나 원내대표 측은 자신에 대해 ‘나베(나경원+아베), 국X, 쪽XX’ 등의 비하 표현을 사용한 이들을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현직 정치인이 ‘악플’을 달았다는 이유로 일반 시민을 고발한 데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특히 올해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대변인’, ‘달X’ 등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비속어를 썼다가 사과까지 했던 나 원내대표가 정작 자신에 대한 비난에 법적 대응을 한다는 점 때문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나 원내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논평을 여러 차례 해왔던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고소당하신 분들은 나경원씨가 가르쳐 준 팁 중 하나를 활용하시면 좋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 자신이 논란에 휘말렸을 때 내놓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라고 한 것“, ”달창이 달빛창문이라는 뜻인 줄 알았다“ 등의 해명을 나열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 행동에 대한 에두른 비판인 것이다.
■ ‘정치인 비방’ 시민들, 처벌 가능성은?
이어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다소 과격한 면이 있더라도 형사처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법원이)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대변인은 “나베, 국X, 쪽XX도 사실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표현한 것으로 형사처벌까지 할 일은 아니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밝혔다.
실제 현 대변인 지적대로 유명 정치인이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한 사례는 앞서 여러 차례 나왔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명예훼손 혐의 공판에서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직에 있는 인물이 가진 이념이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이념은 철저히 검증되고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며 공직자에 대한 평가가 최대한 허용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고 전 이사장은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이후 법원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극우 성향 인사인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민사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이 지사가 변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고심에서 4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변씨는 이 지사에 대해 “종북” 등의 표현을 한 사실로 고소를 당했으나, 대법원은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의 경우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이에 대한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며 변씨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 앞서 나온 ‘모욕죄’ 처벌 사례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이번에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아닌 모욕죄로 누리꾼들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 등이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모두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기소, 또는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이 이루어진 사례들이다. 모욕죄는 사실적시와 관련된 명예훼손죄와 달리 조롱·욕설 등 경멸적인 감정표현을 한 경우에 적용된다.
최근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판결도 나왔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자신에게 “정신나간 XX, 줄 한 번 잘 서네. 극혐”이라는 댓글을 단 누리꾼을 모욕죄로 고소했고, 이에 따라 기소된 50대 남성은 올해 6월 2심에서 1심에 이어 벌금형을 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모멸적 공격으로 인신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행보를 비판하는 정도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례를 고려하면 나 원내대표에게 인신공격성 욕설 등을 한 누리꾼들에게 모욕죄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 대중 정치인에 대한 비판의 ‘상한선’
다만 정당 지역 활동가 신분인 배씨와 달리 나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무원인 현직 국회의원에 정당 원내대표까지 맡고 있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다. 날마다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는 유력 정치인이 악성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일반인을 고소까지 한 상황을 시민들이 다른 사례에서와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여부를 떠나 한 명의 정치인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별개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나 원내대표의 법적 대응에 대해 “본인을 비하하는 말이 주는 아픔을 안다면 자신들이 비하하는 말을 해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준 부분도 조금은 생각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법률적으로 복잡한 내용의 특성, 사안이 가진는 정치적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고소건은 판결에 따라 대중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수위를 제한할 수도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