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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기존 산업 구조를 석유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인 만큼 5대 그룹과 ICT, 자동차, 에너지 및 제조 분야 등에 대한 실질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후 8시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 5명은 삼성의 영빈관 격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도착했다. 청와대 만찬 후 오후 8시40분께 승지원에 도착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티타임을 겸한 환담 시간을 가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이곳에 한꺼번에 모인 건 9년 전인 2010년 7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만남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이 부회장의 초청에 의해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고령인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 왕실을 이끌고 있는 실세다.
티타임이 끝난 뒤 오후 9시 20분께 정 수석부회장, 최 회장, 구 회장, 신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먼저 자리를 떠난 뒤 이재용 부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 둘이서만 일대일 단독 면담을 했다.
두 사람은 사우디가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사업인 ‘네옴(NEOM) 프로젝트’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네옴 프로젝트의 규모는 5000억달러(약 600조원)로 알려졌다.
이 신도시 건설을 빈 살만 왕세자가 총괄하고 있어 이 부회장이 제시해 온 AI(인공지능), 5G,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비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인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삼성전자 공장 방문을 검토하다가 일정 문제로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이 그리는 미래비전을 두고 양측이 서로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남동 승지원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한옥을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1987년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선대 회장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한편 양국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83억 달러(약 9조 6000억원)규모의 양해각서 및 계약 총 10건을 체결했다. 한국과 사우디 정부는 자동차와 수소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과 유관 기관들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등과 석유·석유화학·선박·로봇 등의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