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대체투자]경기둔화·유동성 축소…옥석가리기 진행

  • 등록 2019-02-01 오전 4:50:02

    수정 2019-02-01 오전 4:50:02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송길호 전문기자·박정수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대체투자. 지금까지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체투자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체투자의 가장 대표적인 타깃이었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부터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투자대상이었던 인프라나 원자재 등은 글로벌 경기둔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옥석 구분 없이 성과를 냈던 대체투자가 앞으로는 전략이나 분석능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제회 수익률 선방…4% 안팎 기대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은 지난해 3~4% 수준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결산 중으로 2~3월께 수익률을 공표할 예정이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결산을 진행 중이나 가결산 기준으로 4% 안팎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며 “지난해 말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했으나 대체투자 성과가 이를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제회 대체투자 비중이 50%에 달하는 반면 주식 비중은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공제회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교직원공제회의 경우도 26조원에 달하는 자산 가운데 대체투자가 13조원으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자산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서는 행정공제회도 절반 가까이를 대체투자에 투자하고 있고 10조원 규모의 군인공제회는 대체투자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경찰공제회는 작년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을 기존 6%에서 2%까지 축소하면서 금융투자 부문 수익률만 3%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대체투자 비중이 50% 이상임을 고려해 결산 시 최종 성과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투자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한 공적 연기금은 사정이 다르다. 사학연금은 가결산 기준 작년 -2.45%의 수익률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를 보였고 공무원연금은 작년 중장기자산 운용 수익률 -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경쟁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대체투자 비중을 작년 말 12.5%에서 올해 12.7%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 역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자산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를 봐도 비슷하다.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사모투자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로 같은 기간 전세계 주가 상승률 6%의 두 배에 달했다. 부동산·인프라도 지난 5년간 연평균 9.2%, 10.3%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전세계 230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모펀드(PE)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이 48%로 줄이겠다는 답 11%를 웃돌았고, 부동산과 실물자산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답도 각각 40%, 55%로 축소하겠다는 답을 크게 상회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돈 몰리며 고평가 논란…거품 꺼지나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을 제외한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모투자(PE)·부동산·헤지펀드·인프라·천연자원 등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접어들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 자산만으로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기관투자자들은 대체투자로 눈을 돌렸다.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6년 기준 7조7000억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대체투자 시장이 2020년까지 15조3000억달러로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체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금이 쏠리면서 거품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투자에 열을 올렸던 해외 부동산의 경우 고점을 찍고 꺾이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작년 3분기 호주와 캐나다 주택가격은 전분기대비 각각 1.28%, 1.1% 하락했고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분기 2.44%에서 3분기 1.48%로 둔화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 분쟁, 유동성 축소 등 투자환경도 녹록지 않다. 대체투자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품이 꺼지면서 자금이 빠져나오면 대체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도 감지된다.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8억5400만달러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체투자는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JP모건은 2019년 시장전망에서 대표적인 대체투자인 PE투자와 관련, “그동안의 투자가 생산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자금조달이 경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공제회의 한 CIO는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은 넘쳐나는 대기자금(dry powder)을 주체하지 못해 수익창출능력이 약화된 기업이나 이전엔 투자에 신중했던 자산에도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투자분야는 이미 고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체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많다”며 “정책리스크 등 전반적인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리스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체투자처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할 능력이 부족해 위탁운용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 겸 대체투자연구원장은 “해외 운용사들이 해외에서는 소화되지 않은 고평가된 실물자산을 많이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잡게 되게 되면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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