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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가 흔들리고 있다. 총여는 총학생회와 달리 여학생만을 회원으로 한 학생 자치기구다. 1980년대 처음으로 생겨나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활동했지만 최근 들어 특정 성만을 대변하는 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면서 대부분 대학에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총여 폐지 추세…“여학생만을 위한 기구 필요하냐”
현재 주요 대학 가운데 총여가 유지되고 있는 곳은 동국대가 유일하다. 경희대 등 일부 대학에선 간판은 걸어놓고는 있지만 회장 입후보 희망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형태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성균관대가 학생 총투표로 폐지를 결정했고 연세대에서는 지난 6월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 재개편이 결정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홍익대와 건국대는 각각 2015년과 2014년에 총여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총여는 지난 1983년 학원자율화 조치로 총학생회가 부활하며 함께 생겨났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에서 총여가 만들어져 활동했다. 이번에 해체한 성균관대 총여 역시 1987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최근의 총여 폐지 흐름은 시대변화로 인해 ‘총여가 필요하냐’는 구성원들이 의문이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와 달리 여학생의 수가 많고 학생사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만큼 총여라는 별도의 기구 없이도 총여의 역할을 총학생회에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내 4년제 남녀공학 대학에 재학 중인 최모(24)씨는 “여학생이 더 많은 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여학생들이 수업이나 학과 활동 전반에 활발히 참여한다고 느낀다”며 “총학생회에도 여학생들이 있는 만큼 여학생 인권을 위해서 따로 총여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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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는 총여 존속론자도 적지않다. 이들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 등 아직 대학내 여성의 권익 보장을 위해 총여가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총여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달리 단과대나 학과 내에선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소모임이 앞다퉈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건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대·이화여대 등에선 학내 소수자 인권 전반을 다루는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총여 해체 흐름이 결과적으로 여성주의 소모임 등에도 폐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가부장적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탈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취업난 등으로 인해 학생 자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만큼 총여 폐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총여 폐지 흐름이 굳어진 만큼 총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주의 소모임 등에도 충분히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