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득 찼던 서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단상이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인 저자는 미국 맨해튼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대규모 장서를 정리하게 됐다. 70여개의 상자에 3만 5000여권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서재가 어떤 의미인지 곱씹는다.
저자는 함께했던 책들의 내용을 떠올리며 상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서재를 떠나던 날엔 낯선 장기판 왕국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 백색여왕이 한 말이 위로가 됐다. “네가 오늘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생각해보아라. 그리고 울지 마라.” 메리 여왕이 처형을 앞두고 자신의 옷에 수놓았던 ‘나의 끝은 나의 시작이다’란 문장은 다시금 완벽한 서재를 이룩하는 일을 고민하게 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