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실률이 대형 빌딩 위주로 집계되다 보니 규모가 작은 빌딩에 입주해있던 기업들의 공유오피스 이전에 따른 중소형 빌딩 공실률 상승은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5일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이 서울시 소재 오피스빌딩 127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9.6%로 전분기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는 부진하고 오피스 공급은 늘어나는데 이처럼 공실률이 낮아진 데에는 공유오피스의 역할이 컸다. 공유오피스는 7~8개층을 한꺼번에 임차하거나 아예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실률을 대폭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위워크는 올해 1분기에 준공된 역삼대세빌딩 전체를 빌렸고 2분기에는 선릉역 인근 PCA생명타워 14개층을 임차하면서 강남권역 공실률을 1%포인트 끌어내렸다. 여의도에서도 지난 4월 초 HP빌딩 7개층을 임차해 HP가 빠져나간 공간을 채웠다. 최근에는 종로타워에 10호점을 열기 위해 최상층인 33층을 포함해 8개층 임차 계약을 맺었고 여의도에서도 추가로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공유오피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공실률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여의도 63빌딩과 강남 서초타워에 ‘드림플러스’를 오픈했고 현대카드는 강남역 근처 홍우2빌딩에 ‘스튜디오 블랙’을, LG서브원은 양재역 근처 서브원 강남빌딩에 ‘플래그원’을 선보였다. 이들 대기업은 주로 사옥에 공유오피스 공간을 마련했지만, 기존에 이 공간을 쓰고 있던 부서나 계열사가 다른 빌딩 공간을 임차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연쇄적인 임차수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소 1~2년은 공실 해소 역할할 것”
당분간은 공유오피스가 대형 빌딩의 공실을 채우는 역할을 톡톡이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가 작년 600억원 수준에서 2022년까지 77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평균 63%씩 성장하는 셈이다.
이창준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상무는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현재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단계로 내년까지 확장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서울뿐 아니라 부산 등 지방도 눈여겨보고 있어 이들이 오피스 공실을 채우는 효과가 최소 1~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10년차에 공유오피스로 이전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하면 공유오피스 이전으로 매달 지출 비용이 70% 정도 늘었지만 입지나 교통·업무 환경이 좋고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 복지제도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스타트업들과의 스킨십이 늘어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하거나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세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확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수익이 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에 따라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입주업체를 모집하고 있어 계약기간이 끝난 후 입주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공유오피스 공급이 과잉 상태에 도달하면 철수하는 곳도 생기면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
중소형 빌딩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곳곳에 오피스를 빌려 사용하던 중소기업이 공유오피스로 들어가면서 공실에 시달리는 중소형 빌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작은 빌딩에서 입주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규모의 경제나 건물 관리서비스 면에서 대형 빌딩을 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작은 빌딩에 있던 기업이 공유오피스로 입주하면서 수요가 이동한 것 뿐인데 오피스 공실률이 주로 대형 빌딩 위주로 집계되다 보니 착시효과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