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바이오젠 콜옵션 "업계 불확실성 해소 계기 돼야"

'고의적 회계변경' 금감원 주장 설득력 잃어
정부의 무원칙적 기업 발목잡기 사라져야
"한국 바이오 잠재력 긍정성 확인" 의견도
  • 등록 2018-07-01 오전 9:27:13

    수정 2018-07-01 오후 2:40:11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의 시발점이 해소된 만큼 이제라도 일관된 회계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혼란이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바이오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는 공시를 내자 한 벤처캐피탈 임원은 “누구나 예상했던 당연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의 핵심이었다. 금융감독원은 1년여의 감리 끝에 “바이오젠이 2015년 당시 콜옵션을 행사할 뜻이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며 증권선물위원회에 조치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게 당연한 상황에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어 회계방식을 변경했다”며 팽팽히 맞섰다.

증선위는 이르면 이달 4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한 만큼 금감원이 주장하는 ‘의도성’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벤처캐피탈 임원은 “증선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는 만큼 증선위의 최종 결정이 나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매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회계 논란 이후 대다수 고객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매도했다”며 “증선위의 최종 결론이 나기 전에는 고객들에게 매수를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일관된 회계 기준이 없는 이유로 발생한 만큼 이번 기회에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뒤 3년 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집으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에 대해 ‘그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기술력이 좋은 업체인데도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시장이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연쇄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확인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이슈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닌 산업적 잠재력에 대해 업계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6년 만에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의 복제약) 총 5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등 역량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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