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어른들의 축’의 핵심으로 꼽혔던 제임스 매티스
(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몇 개월 새 외교·안보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매티스 패싱론’이 25일(현지시간) 고개를 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등극 이후 매티스 장관의 입지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 NBC방송이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4성 장군 출신이자 해병대 지휘관 시절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까지 붙은 매티스 장관에 각별한 존경과 예우를 드러내왔지만, 최근 일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의중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사이가 갈라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본능에 의존하거나, 폼페이오와 볼턴의 충고에 더 의지한다”고 했다. 한 국방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매티스 장관과 통화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사이를 가른 결정적 사건은 지난해 12월 주(駐)이스라엘 미 대사관 이전 문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미 대사관을 옮기는 방안을 결정할 당시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중동의 안보 불안을 더 심각하게 할 수 있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표했던 것이다. 한 당국자는 “이후 이란핵협정 탈퇴, 우주군 창설,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 당시에도 주무장관인 매티스 장관의 의중을 듣지 않았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매티스 장관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부터 ‘한·미 훈련 중단결정’을 확인했다”고 했다. 앞서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훈련중단 결정은 매티스 장관에게 예상 밖 아닌가’는 질문에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매티스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 방송의 주장이다.
매티스 패싱론의 배경은 ‘내각 개편’의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좌충우돌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미국의 가치와 질서, 동맹 관계 등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왔던 ‘어른들의 축’ 가운데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채우면서 자연스레 뒷방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틸러슨과 맥매스터의 퇴임 이후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강한 제동을 거는 일은 없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