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5월에 전세계약 만기인데 세입자가 이사를 가겠다고 해 추가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 판입니다.” 최근 한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들은 얘기다. 전세를 끼고 집을 샀는데 전셋값이 너무 많이 내렸고, 세입자를 새로 구하더라도 현 세입자에게 줄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값이 급락하면서 갭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이다. 가령 전셋값이 1억6000만원, 매매값이 2억원인 집을 4000만원만 들여 구매해 차익 실현을 노리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단돈 몇천만원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갭투자 신드롬이 불었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재미를 봤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이제 이 신드롬이 종말에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지표들이 부동산 경기 과열을 재료로 이뤄지는 고위험 투자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서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올해부터 60%대로 내려앉았다. 갭투자 열풍이 한창일 때 전세가율은 80~90%에 달했으나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들어 매매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부 신도시 아파트에서는 이른바 ‘깡통 전세’ 매물 수십개가 한 번에 경매에 넘겨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갭투자자 대부분이 기존에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 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세가율이 아직 80%가 넘는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시행된 신DTI(총부채상환비율·추가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반영) 정책으로 인해 서울 수도권 전역은 상당 부분 경기가 얼어붙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장기적인 집값 안정 정책 기조를 굳건하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갭투자자들은 ‘하이 리스크’ 투자의 위험성을 냉정히 판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