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에는 1억 5000만원짜리 ‘통큰 기부’가 화제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앞 자선냄비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 3장이 겹쳐진 채 발견됐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처음 등장한 1928년 이래 익명의 거리 기부금으로는 최고액이다. 대구에서도 ‘키다리 아저씨’란 별명으로 알려진 독지가는 지난 주말 1억 2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 6년 동안 7차례에 걸쳐 모두 8억 4000여만원을 내놓은 ‘기부의 달인’이다.
기부천사들의 선행은 거액 수표에서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 연탄, 옷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갈수록 삭막해지는 사회를 그나마 살맛나게 하는 일등공신이란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들의 사연은 우리를 더욱 감동시킨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내 돈이 아니라고 여기고 모은 돈”이라고 했고, 광주 소방안전본부에 동전 15만원이 든 생수통을 전달한 어느 노인은 “지폐로 바꾸면 마음이 변할까 봐 동전으로 전달한다”는 쪽지를 남겼다. 우리 사회의 ‘얼굴 없는 천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