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천사들, ‘살맛나는 사회’의 일등공신

  • 등록 2017-12-29 오전 6:00:00

    수정 2017-12-29 오전 6:00:00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기부천사들의 따뜻한 선행이 속속 알려지면서 국민에게 모처럼 아늑하고 훈훈한 세밑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사회복지단체 ‘새희망씨앗’이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거액 기부금 횡령사건 등의 영향으로 28일 현재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3년 만의 최저 수준인 52.2도에 머물고 있다. 이런 ‘기부 한파’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부천사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말에는 1억 5000만원짜리 ‘통큰 기부’가 화제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앞 자선냄비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 3장이 겹쳐진 채 발견됐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처음 등장한 1928년 이래 익명의 거리 기부금으로는 최고액이다. 대구에서도 ‘키다리 아저씨’란 별명으로 알려진 독지가는 지난 주말 1억 2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 6년 동안 7차례에 걸쳐 모두 8억 4000여만원을 내놓은 ‘기부의 달인’이다.

전북 전주에서는 2000년부터 해마다 노송동 주민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는 표지석이 세워졌고, 전남 함평에서는 작년에 이어 1000원권과 5000원권이 가득 든 검정 비닐봉지가 배달됐다. 충북 제천에서도 15년째 이름 모르는 ‘연탄천사’의 온기가 이어졌으며, 서울 성동구 어린이집 원아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사랑의 저금통’ 500만원을 포항의 지진피해 지역 어린이집에 전달하는 등 아름다운 기부 행렬은 전국 곳곳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기부천사들의 선행은 거액 수표에서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 연탄, 옷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갈수록 삭막해지는 사회를 그나마 살맛나게 하는 일등공신이란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들의 사연은 우리를 더욱 감동시킨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내 돈이 아니라고 여기고 모은 돈”이라고 했고, 광주 소방안전본부에 동전 15만원이 든 생수통을 전달한 어느 노인은 “지폐로 바꾸면 마음이 변할까 봐 동전으로 전달한다”는 쪽지를 남겼다. 우리 사회의 ‘얼굴 없는 천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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