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성선화 기자] 서울 시내 핫 플레이스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자신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진우 셰프. 하지만 정작 본인의 돈벌이로는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아무도 없던 거리에 그가 맛집을 열면서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자 건물 임대료도 덩달아 올랐다. 이후 5~6곳의 ‘장진우 가게’가 생기며 이름도 없던 경리단길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상권으로 부상했지만 오히려 그는 올라 버린 임대료 탓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었다.
◇임대료 올라 내몰리는 청년셰프 없게 지원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2의 장진우`와 같은 청년 셰프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식품 전문업체들이 함께 팔을 걷어 붙이기로 했다. F&B(Food&Beverage) 분야에 재능있는 젊은 세대들이 임대료를 걱정할 필요 없이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블라인드펀드(먼저 투자를 받은 뒤 투자처를 물색하는 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 이지스운용과 식품 전문업체들은 약 200~4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젊은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펀드는 최근 합법화된 푸드 트럭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청년 창업지원정책의 취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에 이지스운용과 대상이 공동으로 투자하며 일부 자금을 정부에서 지원받기 위해 청년창업지원펀드에 신청한 상태다. 최종 선정 결과는 오는 9월 중순쯤 발표된다.
◇부동산 `공간`과 맛집 `컨텐츠`의 콜라보
이 펀드는 부동산이라는 공간과 이를 채워 줄 F&B 컨텐츠를 결합시킨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동산 운용에 특화된 역량을 가진 이지스운용은 복합개발이 가능한 공간을 물색해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운용은 현재 운용자산이 60조원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중소형 오피스 빌딩 운용사로 선정된 바 있다. 저평가된 지역으로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유치했을 때 가치 상승이 가능한 부동산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이지스는 올해 이같은 공간 비즈니스사업을 위해 복합개발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여기에 F&B(식음료품)분야에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업체들은 잠재력이 있는 청년 셰프를 선발하는 역할을 한다. 제2의 장진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환경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 포기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한다.
◇임대료 인상없이 2·3호점까지 개점 가능
이번 펀드는 사무직 지원 청년들에 비해 소외된 F&B 창업자들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펀드가 투자해 개발한 공간에 입점해서 임대료는 내지만 급격한 인상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1호점이 성공하면 임대료 걱정없이 2호, 3호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는 이번 블라인드펀드를 향후 부동산 개발사업이 나아갈 방향으로 주목하고 있다. 업계 1위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해 온 이지스운용의 야심작이라는 평가다. 한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해갈 것”이라며 “부동산 공간 내에 어떤 컨텐츠가 자리 잡느냐에 따라 해당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