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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패밀리를 지키는 일이라면 가차없이 공격하는 것, 그것이 남자의 할 일 아니겄소. 나의 꿈? 존경받는 가장이 되는 게 나의 꿈이여.” 연극 ‘남자충동’의 한 장면. 무대 위에 선 주인공이 관객을 향해 외친다. 그야말로 ‘마초’의 일갈이다. 조폭영화에서 만날 법한 대사를 무대에서 듣는 기분이 색다르다.
알량한 자존심에 목숨을 거는 조폭, 권력과 암투를 벌이는 검사와 정치인.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인 남자들의 이야기가 오는 2월 연극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연출가 조광화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남자충동’(2월 16일~3월 26일 대학로 TOM 1관), KBS 단막극을 원작으로 삼은 ‘베헤모스’(2월 1일~4월 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다.
1997년 초연한 ‘남자충동’은 목포를 무대로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를 동경하는 조직폭력배 장정이 가족을 지키고 보스가 되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다. 서울연극제·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수상한 조광화 연출의 대표작이다. 2004년 재공연 이후 13년 만의 앙코르공연이자 배우 류승범의 14년 만의 연극 복귀작으로 화제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을 결심한 것은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에서다. 조 연출은 “최근 들어 권위가 사라지는 것 같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다. 여전히 우리는 1등이 최고라는 가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선 폭력성은 줄이고 대신 드라마를 강조해 작품 속 인물들이 왜 폭력적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베헤모스’는 유력 정치인 아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그를 지키려는 변호사와 그를 응징하려는 검사의 대결을 다룬다. 2014년 방영한 단막극 ‘괴물’을 작가 정민아와 연출가 김태형이 무대로 옮겼다. 베헤모스는 성경에 등장하는 괴물로 작품 속 극한 상황에서 스스로 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인간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대결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 또한 이들과 같은 상황에선 괴물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동안 연극계는 여성 관객을 위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남성성을 내세운 작품을 만나기 힘들었던 이유다. 김창화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는 “최근 연극계에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가 여성 연출가의 활동으로 남성 중심의 강한 연극이 쇠퇴하는 것”이라며 “남성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여성 관객 중심의 연극시장에 새로운 틈새가 생겨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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