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칭다오 K-메디 패키지' 동행해 보니]中 병원·투자사 등 '의료한류' 관심 ...

中의료업계, 새로운 암 치료법에 주목
국내 제약사 소개자료 순간 동나기도
"양질의 의료서비스 원하는 중국인 늘어
꾸준히 투자한다면 中시장 승산 있어"
  • 등록 2016-12-12 오전 5:00:00

    수정 2016-12-12 오전 9:00:41

지난 6일 중국 선전(深川)에서 열린 ‘K-메디 패키지 인 차이나’ 행사에서 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선전·칭다오(중국)=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문을 두드려 볼 생각입니다. 예년에 비해 우리 기술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지난 8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 해경화원호텔에서 열린 ‘K-메디 패키지 인 차이나’ 행사장에서 만난 김기환 JW크레아젠 연구소장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모든 의료관련 업체가 동의한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라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암치료법에 대해 많은 기업과 병원이 관심을 보여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K-메디 패키지 인 차이나’ 행사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광저우칭다오 총영사관, KOTRA와 공동 주관으로 중국 광둥성 선전, 산둥성 칭다오, 텐진을 돌며 국내 보건의료산업에 관심이 있는 중국 업체와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의료기기, 제약, 화장품 제조사들을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JW크레아젠은 JW그룹의 계열사로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항암제를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신장암치료제를 출시했고, 간암치료제는 현재 최종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이번 행사에서 많은 제약사와 투자회사로부터 큰 관심을 끌어 준비해 간 회사 소개 자료가 동이 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JW크레아젠 같은 신약개발 제약사를 비롯해 인하대병원, 보바스병원 등 의료기관·의료기기·화장품 제조사 등 20개 보건의료기관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하이얼그룹의 헬스케어 투자 전문 자회사를 비롯해 50여 곳의 의료기기, 의료기관, 투자기관 등이 참석했다.

◇중국 의료기기 메카 선전, “국내 업체 적극 환영”

이번 행사를 선전과 칭다오·텐진에서 개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선전은 중국 최대의 의료기기·IT(정보기술) 도시로 꼽힌다. 2014년 기준 의료기기 총 생산액(260억위안)과 의료기기 수출(137억위안)이 중국 내 1위 도시다. 중국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선전 지역 회사들이 올리고 있다. 초음파 전문기업 마인드레이를 비롯해 소노스케이프·에단 등의 글로벌 의료기기사를 비롯해 중국 3대 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 휴대전화 제조사 화웨이,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 DJI 등의 본사가 모두 이 지역에 있다.

박은균 KOTRA 선전 무역관장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의 중국 진출이 기회를 맞고 있다”며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의 장점을 의료기기에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진출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남기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중국지사장은 “CFDA(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의 인증 기준과 절차를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며 “이미 허가를 받은 제품의 재심사 기일을 놓쳐 수천만원의 신규 심사비용을 들인 기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칭다오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투자 자회사가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강경훈 기자)
◇산전관리부터 출산까지 1500만~1800만원 받는 ‘프리미엄 병원’

칭다오는 국내 의료기관에 대해 관심이 크다. 이미 세브란스병원은 2020년 개원을 목표로 칭다오에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짓고 있다. 향후 3000병상 규모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열린 국내 의료기관 소개 행사에도 중국 투자기관·병원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종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본부장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중국의 공공의료서비스 수준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우수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국내 병원 관계자는 “최근에 중국 측 파트너가 우리 병원의 중국진출을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내 보건의료기관이 중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병원이나 기업이 강조한다고 쌓이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오랜 세월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베이징에 중국 최초로 외국자본과 합작해 설립한 허무자 병원은 지난해 칭다오에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주력으로 한 새 병원을 개원했다. 칭다오 허무자병원에서 산전관리를 받고 자연분만을 하면 1500만원, 제왕절개를 하면 1800만원이 각각 든다.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은 30분이고 100% 예약제다. 일정에 따라 영유아 백신을 모두 접종하면 3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치과의 경우 하루 환자가 6~7명에 불과하다. 허무자 병원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20년 정도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국팀장은 “병원의 운영지속 여부를 6개월 내에 파악하는 국내 상황과 똑같이 생각한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피해 등 불확실성 해결 필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은 불안한 정치 상황 때문에 장기전략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단체의 경우 그동안 중국 의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사드문제의 후폭풍으로 최근에 일방적으로 협력 취소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병원 관계자는 “중국진출은 결국 투자인데 어느 날 갑자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면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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